홍콩 시위대와 홍콩 주둔 중국 인민해방군이 처음으로 대치했다. 중국군은 홍콩 시위대에 경고를 보내며 한동안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돌았다. 중국인 은행원 폭행 사건 이후 본토에서는 인민군 투입 요구 목소리가 고조되는 상황이어서 양측의 충돌 우려가 커지고 있다.
7일 로이터통신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쯤 수백명의 시위대가 까우룽퉁(九龍塘) 지역에 위치한 중국군 홍콩 주둔 병영 근처까지 접근했다. 이어 레이저와 강한 불빛을 비추며 도발하자 병사들이 건물 옥상으로 나와 노란 깃발을 들었다. 깃발에는 중국어 번체자와 영어로 ‘당신은 법을 어기고 있으며 기소될 수 있다’는 경고문이 적혀 있었다. 중국군은 이후 광둥어로 “이후 발생하는 결과는 모두 자기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고 육성으로 재차 경고를 보냈다. 또 일부 병사는 카메라로 시위 현장을 촬영했다. 이에 시위대는 별다른 충돌 없이 다른 지역으로 향했다.
그간 시위 양상이 격화될 때마다 입법회(우리의 국회) 건물이나 중국 관련 관공서에 경고와 위험을 상징하는 노란 깃발이 걸린 적은 여러 번 있다. 시위대가 더 이상 접근할 경우 공권력을 발동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시위가 18주째로 접어드는 동안 중국군 주둔지에서 노란 깃발을 들어 경고 메시지를 보낸 건 처음이다.
특히 홍콩 정부가 긴급조치로 복면금지법을 발동하겠다고 발표한 4일부터 중국 본토 출신 은행원이 시위대에 얻어맞고, 중국계 점포가 공격의 표적이 되면서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홍콩 기본법에 따라 중국군을 조속히 투입해 홍콩 시위를 진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점차 커지는 상황이다. 홍콩 주둔 중국군은 당초 3,000~5,000명 규모였지만 시위가 본격화된 6월 이후 두 배가 넘는 1만~1만2,000명으로 늘어난 상태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