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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대표단 협상 2시간 만에 회담장 나와… 140분간 ‘작전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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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대표단 협상 2시간 만에 회담장 나와… 140분간 ‘작전타임’

입력
2019.10.06 18:28
수정
2019.10.07 00:0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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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실무협상 중에 대사관行… ‘지도부에 美 새 제안 보고’ 관측

그 사이 결렬 선언 준비한 듯… “ICBM 중지 여부 美에 달려”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 등 북한 대표단이 5일 스웨덴 주재 북한대사관을 나서 인근 북미 실무협상장으로 향하고 있다. 스톡홀름=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 등 북한 대표단이 5일 스웨덴 주재 북한대사관을 나서 인근 북미 실무협상장으로 향하고 있다. 스톡홀름=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5일(현지시간) 스웨덴에서 기대 속에 열렸지만 결국 결렬로 마무리된 총 8시간 반의 마라톤 북미 실무협상은 북측 협상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가 협상장을 비운 정오부터 2시간 20분가량이 전환점이었다. 협상 시작 20분 전인 오전 9시 40분쯤 스톡홀름 외곽의 스웨덴 주재 북한대사관을 나설 때만 해도 협상 전망을 묻는 취재진에 비교적 밝은 표정으로 "두고 봅시다"라고 답했던 김 대사는 오후 6시 30분에는 오전과는 대조적으로 거친 표현을 쏟아내며 “협상이 결렬됐다”고 선언했다. 회담 시작 2시간 만에 협상장을 빠져나온 김 대사가 미국 측이 제시한 ‘새로운 계산법’을 북한 최상부에 보고하고 지시를 받는 게 2시간 20분간 협상장을 떠났던 핵심 목적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북미는 북측 대표단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스톡홀름에서 동쪽으로 약 13㎞ 떨어진 리딩외(Lidingö)시의 콘퍼런스 시설인 ‘빌라 엘비크 스트란드’(Villa Elfvik Strand)에서 현지 경찰의 삼엄한 경비 속에 오전 10시쯤 협상을 시작했다. 리됭외 지역은 이날 초겨울과 다름없는 섭씨 2도의 쌀쌀한 날씨를 보였다.

낙관과 신중론이 혼재됐던 북미 협상에 대한 기대가 우려로 바뀌기 시작한 것은 북한 협상팀을 태우고 협상장에 들어갔던 승용차 2대가 이날 정오 협상장을 떠나 북한대사관으로 향하면서부터다. 대사관에 도착한 김 대사는 실무협상의 종료와 향후 재개 여부를 묻는 질문에 굳은 표정으로 대답하지 않았다. 협상 결렬 시사로도 해석될 수 있는 태도였다. 이후 북한 대표단은 4시간 후인 오후 6시 23분쯤 대사관으로 돌아와 곧바로 성명을 통해 “협상은 결렬됐고, 모든 것은 미국 탓”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김 대사가 협상장을 비운 2시간 20분의 ‘작전타임’ 동안 이미 협상 결렬에 대비한 성명을 준비했으리라는 분석도 나온다. 북측 협상단이 협상을 마치고 북한대사관에 도착한 뒤 10분 만에 성명을 발표한 점은 이 같은 관측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오후 6시 23분쯤 북한대사관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이 협상 결과에 만족하는지를 묻자 김 대사는 인상을 찌푸리며 “좀 기다리십시오, 나와서 말씀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한 뒤 대사관 내부로 들어갔다. 이후 6시 35분쯤 권정근 전 외무성 미국국장과 다른 관계자 2명이 대사관 정문 앞으로 나와 자리를 정돈하며 취재진에 우호적인 태도로 김 대사의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잠시 후 대사관 출입문을 열고 계단까지 내려온 김 대사는 손으로 직접 눌러 쓴 듯 보이는 A4용지 4장 분량의 종이를 들고 낭독했다. 김 대사는 “협상이 결렬된 데 대해 매우 불쾌하게 생각한다”며 “협상이 결렬된 것은 전적으로 미국이 구태의연한 입장과 태도를 버리지 못한 데 있다”고 노골적으로 미국을 향한 불만을 쏟아냈다. 질의응답 시간도 있었지만 질문 3개를 연이어 받은 뒤 개별 질문과 관련한 내용을 답하지 않고 준비된 원고를 읽었다. 통역을 담당한 직원도 미리 준비한 원고를 순차 통역으로 낭독했다.

이날 김 대사의 거친 표현은 협상 테이블에서 북미 간에 격론이 오갔음을 짐작하게 한다. 그는 미 본토에 직접적 위협이 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거론하며 “시험발사 중지가 계속 유지되는가 그렇지 않으면 되살리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미국 입장에 달려있다“고 덧붙였다.

비건 대표 등 미국측 협상단은 협상을 마친 뒤 밤 9시가 지나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저녁 식사를 하러 갔고 취재진과의 접촉을 극도로 피하는 모습이었다. 식당에서 비건 대표는 와인잔을 들어 “우리는(We are)”이라 외쳤고, 나머지 협상단은 “팀이다(Team)”라고 답했다. 이들은 취재진의 질문공세를 외면한 채 10시 12분쯤 식사를 마치고 자리를 떠났다.

북한 협상팀은 협상 결렬 발표 16시간여 만인 이튿날 오전 10시 50분쯤 북한대사관을 빠져나와 스톡홀름 알란다 국제공항으로 향했다. 김 대사는 장소를 제공한 스웨덴이 2주 내 다시 회동하자고 제안한 것과 관련한 질문에 “미국 측에 물어보라”고 답했다.

스톡홀름=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그림 2북미 실무협상 미국 측 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등 미국 대표단 일행이 5일 밤 협상 결렬 뒤 스웨덴 스톡홀름 한 식당에서 식사하며 이야기를 하고 있다. 뒷모습 왼쪽 세 번째가 비건 대표. 스톡홀름=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그림 2북미 실무협상 미국 측 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등 미국 대표단 일행이 5일 밤 협상 결렬 뒤 스웨덴 스톡홀름 한 식당에서 식사하며 이야기를 하고 있다. 뒷모습 왼쪽 세 번째가 비건 대표. 스톡홀름=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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