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실무협상 결렬에도 일단 대화기조 유지… 연말까지 답보 땐 압박 유턴할 수도

하노이 회담 노딜에 이어 7개월여 만에 북미가 다시 만난 실무 협상도 불발에 그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중대한 기로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연말까지 시한을 제시한 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재개를 위협하면서 자신이 핵심적인 외교 업적으로 자랑해온 대북 외교의 기조 자체가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는 일단 연말까지는 북미 대화 재개의 불씨를 살리기 위한 노력은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국무부가 5일(현지시간) 실무 협상 결렬 뒤 북한의 성명을 반박하면서 “북한과 좋은 대화를 나눴다”고 의미를 부여하고 스웨덴 측이 초청한 ‘2주내 재회동’을 북측에 제안한 것도 일단 대화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국무부는 “미국과 북한이 한반도에 드리운 70년의 전쟁과 적대를 토요일 하루 동안 극복할 수 없다”라며 지속적인 협상 의지도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김명길 북측 실무 협상 대표가 결렬 성명에서 “(미국 측에) 연말까지 좀더 숙고해볼 것을 권고했다”는 다소 부드러운 표현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대화 재개 가능성을 남겨둔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한국 외교부도 “대화 모멘텀이 유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말시한과 함께 ICBM발사 등을 거론한 북한의 압박에 밀려 제재 완화 조치에 합의하면 민주당은 두말할 필요 없고 대북 강경론이 강한 공화당 내부에서도 거센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 탄핵 조사 국면에서 공화당 의원들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에서 내부 균열로 휘청거릴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특유의 롤러코스터식 말 바꾸기로 대북 기조를 뒤집어 한미군사훈련 재개 등 군사 옵션을 불사하는 최대 압박 전략으로 돌아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대북 유화적 메시지를 내면서도 “협상이 잘 안 될 수 있다”는 식의 여지를 두는 발언을 해온 것도 이런 포석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최근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 후 공화당 내에서는 이미 최대 압박으로 복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 급변에 대비해 트럼프 정부가 연말까지는 대화 기조를 유지하되 제재 강도를 높이며 경고 수위를 높여 나갈 가능성이 점쳐진다. 북한이 ICBM 시험을 재개할 경우 중국 국영기업이나 은행에 대한 3자 제재 착수 등을 경고해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것도 미국이 고려할 만한 카드다. 실제 북한이 협상을 깨면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에서 북한에 대한 최후의 제재 카드로 꼽히는 원유 공급 전면 중단을 결의할 가능성이 큰데 중국이 이를 반대하기 쉽지 않아 중국이 북한의 궤도 이탈을 억제하는 데 힘을 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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