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갤러리 관람 문화가 좋아지는 게 눈에 보입니다. 앞으로도 더 좋아지지 않을까요.”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의 맏형답게 최경주(49ㆍSK텔레콤)는 말 하나하나에 깊이가 담겨 있었다. 자신이 호스트를 맡고 있는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에서 성적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최경주는 앞으로 명예 마샬 제도를 확대해 성숙한 갤러리 문화 정착에 힘쓰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최경주는 6일 경남 김해 정산 컨트리클럽(파72ㆍ7,300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1개로 1언더파 71타를 기록했다. 최종합계 10언더파 278타를 기록한 최경주는 우승을 차지한 이수민(26)에 5타 뒤진 단독 3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뒷심 부족으로 7년 만의 우승 도전엔 실패했지만, 지난 5월 SK텔레콤오픈 이후 4개월 만에 출전한 국내 대회에서 전성기 못지 않은 샷으로 건재를 알렸다. 최경주의 활약에 올해 대회는 지난해보다 3배 가까운 구름 관중이 몰려 흥행에도 성공했다.
최경주는 “선수로서도, 호스트로서도 이번 대회는 대만족”이라며 “마지막날 버디 없이 파 행진을 벌인 것은 아쉽지만 멋진 벙커샷이나 위기를 극복한 파 세이브 등 좋은 플레이에 갤러리들이 ‘살아있네’라고 칭찬해주셔서 너무나 좋았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어 “퍼트에 새로운 변화를 줬던 게 잘 통했다”며 “후반에 체력적으로 힘들긴 했다. 앞으로 몸 관리나 퍼팅 세분화 등에 신경을 써서 좋은 경기력을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경주는 한국 남자골프를 대표하는 선수로서 홍역을 앓고 있는 KPGA 투어의 갤러리 문화와 선수들의 프로 의식에 대한 쓴소리도 빼놓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이번 대회 바로 전 열렸던 DGB 볼빅 대구경북오픈에서는 우승자 김비오(29ㆍ호반건설)가 갤러리의 소음으로 경기 도중 실수를 하자, 화풀이로 손가락 욕설을 해 큰 논란이 됐다.
최경주는 이에 자신이 호스트로 나선 이번 대회에서 갤러리들이 직접 ‘조용히’라는 팻말을 들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명예 마샬 제도를 도입해 큰 호응을 얻었다. 제도의 효과를 톡톡히 본 최경주는 “1라운드 때는 ‘조용히’ 팻말이 몇 개 올라오지 않았는데, 마지막 날에는 다들 열심히 팻말을 들어주시더라”라며 “내년엔 아예 스마트폰 사진 소음이 나지 못하게 전원에게 팻말을 두 개씩 드려서 양손에 들려드려야겠다”며 웃었다.
최경주는 선수들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군대에서도 마지막 구호를 외치지 말라고 하면 꼭 한 명은 번호를 외치게 돼있다. 마찬가지로 갤러리 1만명이 오시면 무조건 소음이 날 수밖에 없다”며 “선수들도 그런 점을 인식하고 주변 환경을 함께 개선해 나간다면 빠른 시일 안에 성숙한 문화가 정착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경주는 우승자 이수민(26)를 비롯해 후배들에 대한 골프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이수민 선수가 우승하는 거 보면서 파이팅 넘치는 샷, 패기 있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며 “골프는 만만한 스포츠가 아니다. 훈련도, 생활도, 주변 환경도 잘 챙겨야 한다. 그래야 골프를 즐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도 내년엔 마지막으로 PGA 투어에 ‘올인’한 뒤 2021년 챔피언스(시니어) 투어에 본격적으로 참가할 것”이라는 포부를 전했다.
김해=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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