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 불법거래 합동점검에 나서기로 하면서 가격 상승 조짐을 보이던 주택 시장에 다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주택 매매사업자와 고가주택 보유자의 전세대출 강화 방안까지 맞물리면서 아파트 매매 시장은 숨을 죽이는 분위기다.
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매수 문의가 빗발쳤던 서울 강남권 아파트 시장은 정부가 지난 1일 ‘부동산 시장상황 점검 결과 및 보완 방안’을 발표한 이후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 통상 매수 문의가 몰렸던 주말에도 거래는 물론, 문의조차 주춤하고 있다는 게 현장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의 경우, 지난달 약 35가구가 팔릴 정도로 분위기가 과열됐지만 이달 들어서는 매수세가 다소 잠잠해졌다. 잠실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정부의 추가 조치가 나온 직후여서 그런지 일단 관망세로, 지난달만큼 거래가 활발하게 이어지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현장에서는 정부가 주택시장 긴급 점검에 나서는 것도 최근 관망세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분양가상한제 변수보다는 정부가 자금조달 계획서 등에 합동조사를 나선다고 하자 ‘눈치보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달보다 매수 문의가 많이 줄었고 거래도 안 된다”고 전했다.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국세청, 금융감독원, 서울시 등 32개 기관은 이달부터 연말까지 불법행위와 이상거래, 자금출처 의심사례 등에 대해 현장점검에 나선다. 조사 대상은 지난 8~9월 실거래 신고된 건 중 △편법증여 △허위계약 △업ㆍ다운계약 의심거래 △차입금이 과다한 고가주택 거래 등이다. 강남4구와 마포, 성동, 용산, 서대문구 등이 집중 조사 지역으로, 실거래 신고 가운데 1,200여건이 이상거래로 의심되는 만큼 이를 우선 조사한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부동산거래 신고자료를 계약일 기준으로 집계한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에 따르면 두 달간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는 6,615건이다.
실제 정부 발표에 따르면, 최근 서울 서초구에서 36억원에 거래된 아파트(전용 135.9㎡)의 경우 매수자 A(41)씨의 자체자금(3억2,700만원) 외 32억7,300만원이 차입금으로 조달했다. 강남구에서도 주상복합 아파트(전용 174.7㎡)가 30억에 거래됐는데 매수자 B(34)씨의 돈은 한 푼도 들지 않았다. 19억원은 임대보증금이고 11억원은 차입금으로, 사실상 ‘남의 돈’으로 고가의 집을 산 셈이다. 정부는 이 같은 거래의 자금출처를 샅샅이 들여다본다는 방침이다.
최근 새 아파트 공급부족에 대한 우려로 호가가 5,000만원 넘게 뛰었던 일반 아파트 단지들도 매수 열기가 꺾이는 분위기다. 서초구 잠원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일대에 단위 농협 등에서 매매사업자 대출을 받아 집을 산 경우가 많았는데 정부가 이 대출을 규제하고 자금출처와 편법 증여 등에 대한 합동단속을 강화한다고 하니 일단은 매수자들이 지켜보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반포동 공인중개업소 관계자 역시 “고가 주택을 찾는 수요자 중에는 현금부자도 있지만 가족으로부터 우회 증여를 받은 30대도 적지 않고 다운계약서를 쓰는 경우도 있었는데 앞으로 이들이 몸 사리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가 향후 상시조사 방침을 밝힌 만큼 당분간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분양가상한제와 정부 합동단속이 맞물리면서 재건축 단지 등 거래시장이 한동안 위축되고 상승세도 힘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저금리 기조와 공급 부족 우려는 여전해 서울 집값이 크게 하락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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