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떠나 미국 스탠퍼드대 연수… “미래 국가경쟁력 연구할 것”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독일을 떠나 미국으로 갔다. 최근 독일에서의 마라톤 체험기 등을 담은 자서전을 낸 것을 놓고 정계 복귀가 임박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당분간은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는 것이 안 전 대표의 구상인 셈이다.
안 전 대표는 6일 트위터 올린 글에서 “오래 전부터 계획했던 대로, 10월 1일부터는 독일을 떠나 미국 스탠퍼드 법대의 ‘법, 과학과 기술 프로그램’에서 방문학자로 연구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과 제도가 과학과 기술의 빠른 발전을 반영하지 못하고 오히려 장애가 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이를 얼마나 잘 해결하느냐가 미래의 국가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텐데, 이를 연구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미래의 국가경쟁력 연구’를 거론한 것은 안 전 대표가 해외 체류 기간을 차기 대선 출마를 위한 ‘권토중래의 시간’으로 보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안 전 대표는 지난해 6ㆍ13 지방선거 때 서울시장에 도전했다가 낙선한 뒤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1년짜리 비자가 만료된 올해 8월을 기점으로 안 전 대표가 귀국해 정치 행보를 재개할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지난달 바른미래당의 안철수ㆍ유승민계 의원들이 탈당 수순으로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을 꾸린 데 이어 안 전 대표가 자서전을 출간하자 정계 조기 복귀설에 힘이 실렸다.
그러나 안 전 대표의 선택은 미국행(行)이었다. 그는 독일에 갈 때부터 미국행을 계획했다고 한다. 독일에서 선진 시스템과 미래 먹거리 등을 연구했다면, 미국에서는 이를 법과 제도를 통해 실현하는 방법을 배우겠다는 것이 그의 계획이다. 미국에는 지난해 스탠퍼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안 전 대표의 딸 설희씨가 거주 중이다.
안 전 대표가 받은 미국 체류 비자는 1년짜리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4월 총선 때까지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안 전 대표는 소수의 측근들과 교류하며 귀국 시점을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당내 안철수계 의원들이 안 전 대표의 ‘지침’을 받고 움직이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일부 있었지만, 그다지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지는 않다고 한다.
안 전 대표는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나 유승민 전 대표와도 적극적으로 교류하지 않고 있다. 유 전 대표는 최근 ‘변혁’ 합류 의사 등을 타진하려고 안 전 대표에게 연락을 취했다고 한다. 안 전 대표와 가까운 인사는 “유 전 대표가 최근 당 상황 등을 설명하며 ‘잘 판단해 달라’고 요청했고, 안 전 대표는 ‘정치 재개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보지 못했지만 고민해 보겠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손 대표는 장진영 비서실장을 비롯한 측근들을 독일로 보내거나 메시지를 보내는 방식으로 그간 안 전 대표와 수 차례 소통을 시도했지만, 전혀 연락이 닿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바른미래당 안팎에선 안 전 대표가 안철수ㆍ유승민계의 신당 창당 등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중도보수 진영의 유력 대권 주자’라는 입지가 여전히 확고한 만큼, 확실한 승산이 엿보일 때까지는 관망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안 전 대표의 측근은 “안 전 대표의 정계 복귀 시점은 정해진 게 없다”며 “야권 재편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국민의 부름이 있다고 판단되는 시점에 결심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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