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맏형’ 최경주, 5타 차 단독 3위
환상적인 벙커샷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든 이수민(26)이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총상금 10억원) 우승을 거머쥐었다. ‘맏형’ 최경주(49ㆍSK텔레콤)와 이동민(34)의 추격을 마지막 라운드에서 멋지게 따돌렸다.
이수민은 6일 경남 김해 정산 컨트리클럽(파72ㆍ7,300야드)에서 열린 KPGA 투어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최종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4개, 보기 2개로 4언더파 68타를 적어냈다. 최종합계 15언더파 273타를 기록한 이수민은 2위 이동민(13언더파 275타)을 2타 차로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2016년 유러피언 투어 선전 인터내셔널 이후 3년 만의 정상 등극이다. 프로 통산 4승이자 KPGA 투어 세 번째 우승을 거머쥔 이수민은 우승 상금 2억원까지 챙기며 기쁨을 더했다.
한 타 차 선두로 마지막날 라운드에 나선 이수민은 1번 홀(파5)부터 기분 좋게 출발했다. 투온에 성공한 뒤 7m 롱 퍼트를 성공시키며 이글을 낚았다. 이수민은 4번 홀(파4)에서도 버디를 기록하며 2위 최경주와의 격차를 4타까지 벌렸다.
우승까지 탄탄대로를 내달릴 것 같던 이수민은 강풍 때문에 페어웨이 공략에 난조를 보이며 위기를 맞이했다. 5번 홀(파5)에서는 티샷이 벙커를 향했고, 7번 홀(파4)에서는 공을 해저드에 빠뜨리며 보기를 기록했다. 결국 10번 홀(파5) 이글로 쫓아온 이동민에게 공동 선두를 허용하고 말았다.
이수민-이동민의 선두 그룹을 3위 최경주가 추격하는 양상이 이어진 가운데 12번홀(파4)에서 승부가 갈렸다. 이수민은 두 번째 샷이 그린 앞 벙커에 떨어지며 선두를 내줄 위기에 처했지만 말 그대로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깊게 숨을 한 번 들이마신 이수민은 환상적인 벙커 샷으로 칩인 버디를 기록, 오히려 단독 선두 자리를 되찾았다.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샷이었다.
분위기를 가져온 이수민은 13, 14번홀까지 3연속 버디를 기록하며 격차를 3타까지 벌렸고 우승을 사실상 확정 지었다.
자신의 이름을 건 대회에서 7년 만의 우승에 도전했던 최경주는 1번 홀 버디 이후 17개 홀 연속 파 행진으로 최종합계 10언더파 278타, 단독 3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퍼트 난조와 불운이 겹치며 타수를 줄이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5년 만에 KPGA 투어 통산 2승째에 도전했던 이동민도 최종일에만 5타를 줄이며 맹추격에 나섰지만 이수민에 밀려 준우승을 거뒀다.
한편 이번 대회는 한국 남자골프의 맏형이자 최고 스타인 최경주의 활약으로 구름 관중이 몰리며 흥행에 성공했고, 모든 갤러리들이 ‘조용히’라는 단어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명예 먀샬 제도를 도입해 운영에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김비오(29ㆍ호반건설)의 욕설 논란,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개최가 불발된 투어 챔피언십 등 홍역을 앓고 있는 KPGA 투어에서도 빛난 대회였던 셈이다.
김해=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