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부산말로 부산소식을 까리하게 전해드리겠습니다.” (부산광역시 공식 유튜브 채널 ‘붓싼뉴스’)
“맨- 나가 당신만 생각난디 뭐땀시 근다요” (광주광역시 소재 사투리브랜드 ‘역서사소’의 고백엽서)
딱딱한 뉴스를 경상도 사투리로 만들었더니, 뻔한 고백용어를 전라도 사투리로 썼더니 ‘힙(hipㆍ새롭고 개성 강한 것)’한 상품이 됐다. 사투리 지역이 배경인 영화에서도 주인공은 서울말을 썼던 시절, ‘교양 있는 서울말’이 표준어라는 주입교육의 영향 때문인지 사투리는 교양 없는 것인 양 숨기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다양성과 고유성을 지향하는 시대에 서울말에만 주어졌던 한국어의 언어권력도 점차 줄어들고 사투리는 그 생기와 아름다움, 향수를 담아 힘을 되찾아 가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붓싼뉴스’를 담당하는 부산시 소셜방송팀 노은영 PD는 “시정 소식을 전달하면 필요한 것인데도 별로 관심들이 없으셨는데, 사투리로 진행하고부터 흥미를 많이 끌고 있다”고 전했다. 팀 회의에서 ‘친근하게 우리가 자주 쓰는 말로 전달해 보면 어떨까’라는 의견이 나와서 시작하게 됐다. 노 PD는 “기존의 부산 분들도 좋아하시고 부산 분인데 타지에 나가 계시는 분들은 ‘고향생각 난다’고 좋아해 주시고 또 경상도 사투리를 안 쓰시는 분들은 ‘재밌네 사투리’라는 반응을 보여주신다”고 말했다.
광주 송정역 시장의 명물로 자리잡은 ‘역서사소’ 매장의 사투리 상품들은 이제 전국적으로 팔린다. ‘역서사소’는 ‘여기서 사세요’라는 뜻의 전라도 사투리이다. 역서사소 달력의 9월에는 ‘오진그 9월’, 일력의 6월 25일에는 ‘시상에 어째쓰까’가 쓰여있다. 역서사소의 김진아 공동대표는 “사투리가 비하되는 면이 많아서 예쁜 말도 많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2015년에 브랜드를 만들었고, 2016년 매장을 열었다.
전라도 사투리에서 시작해 지금은 경상도, 제주도 사투리 상품도 판매한다. 경상도 사투리 고백엽서의 한 글귀는 ‘니 얼굴 와이리 이뿌노 깔롱직인다 직이-’이다. 김 대표는 “지역을 떠나 고향 말을 접할 기회가 없는 어르신들이 많이 연락을 하셔서 고맙다고 하시는데 그런 반응을 접할 때마다 감동”이라고 전했다. 또 경상도 어르신들이 전화해서 전라도 사투리 상품을 주문하고, 전라도 분들이 경상도ㆍ제주도 사투리 상품을 사가는 등 차별 없이 좋아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처음 광주에서도 조금 판매할 때 ‘뭐야, 이런 게 다 있어야’하던 반응이었는데 점차 ‘재밌다’로 바뀌고, 이전에는 전혀 사투리를 다루지 않았던 광고나 TV매체에서도 전라도 사투리가 한번씩 나오고 ‘재밌다, 귀엽다’는 반응을 보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진희 기자 riv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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