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사용중지 美 엘러간사 제품… 의료기관 폐업·자료 보관 허술
식약처, 이식자 절반 파악 못해 “병원 시술정보 자발적 제공토록”
희귀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제기돼 지난 7월부터 국내 사용이 중지된 미국 엘러간사(社)의 거친 표면 인공유방 보형물이 국내에 어떻게 유통됐는지 정부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누구에게 시술됐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보형물은 4만개가 넘는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추적관리대상 의료기기 기록과 자료 제출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문제가 된 인공유방처럼 추적관리대상 의료기기로 지정된 제품을 사용한 의료기관은 식약처장이 요구할 경우 환자정보와 제품정보 등의 기록을 10일 이내에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추적체계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윤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6일 식약처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엘러간이 해당 제품을 국내에 유통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사용이 중지된 지난 7월까지 국내에서 사용된 제품 12만6,561개 중 이식자가 파악된 제품은 이달 4일까지 8만2,513개(65%)로 환자 4만4,478명에게 쓰였다. 4만4,048개는 누가 이식받았는지 아직까지 파악이 안됐다.
식약처는 지난 8월 인공유방 안전대책을 내놓으면서 이식환자를 모두 파악해 부작용 발생여부를 추적 관리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제품을 유통한 의료기관 1,200여개 가운데 412개가 폐업하고, 의료기관의 자료제출이 부실해 환자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때문에 현행 추적관리대상 의료기기 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식약처는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큰 인체이식용ㆍ생명유지용 의료기기를 ‘추적관리대상 의료기기’로 지정하고 있는데 현재 지정된 제품은 모두 52종이다. 52종의 제조사, 수입사 등은 식약처에 제품 정보를 상시적으로 제공해야 하지만 환자정보를 갖고 있는 의료기관은 식약처장이 요청할 때만 자료를 제공하게 돼있다. 의료기관은 식약처에 환자 이름과 생년월일, 제품번호, 시술일자 등을 제공하는데, 의료기관이 폐업하거나 자료를 허술하게 관리했을 경우에 환자 정보를 파악하기가 어렵다. 윤일규 의원실 관계자는 “식약처는 엘러간사 제품 이외에도 다른 의료기기와 관련해 12차례 정보제공요청을 했지만 환자의 시술정보를 요청하지 않았고, 해당 제품 사용에 주의하라고 의료기관에 통보하는 데 그쳤다고 윤 의원실 측은 전했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12차례 정보제공요청의 경우, 환자에게 해당 제품에 대한 안전성 정보를 통보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면서 “매번 시술 정보 등을 요청하는 것이 아니며, 또 환자 규모가 최대 70여명 정도로 적어서 필요할 경우 시술 정보 등을 언제든 받아볼 수 있다”라고 해명했다. 식약처는 추적관리대상 의료기기의 제조ㆍ수입ㆍ판매ㆍ임대업자 등 취급자는 매달 해당 제품의 유통기록과 자료를 전산으로 식약처에 제출하게 돼 있는데 이를 의료기관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 의원실 측은 “최소한 3년에 한 번씩이라도 주기적으로 의료기관이 환자 정보를 정부에 제공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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