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카타르 도하 대회 1500m 제패
여자 10000m 이어 2번째 금메달
‘에티오피아 난민’ 출신 육상스타 시판 하산(26ㆍ네덜란드)이 여자 1만m에 이어 주종목인 1,500m까지 제패하며 올해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최고스타로 우뚝 섰다.
하산은 6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국제육상연맹(IAAF)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1,500m에서 3분51초95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며 우승을 거머쥐었다. 지난달 29일 10,000m에서 자신의 세계선수권 첫 금메달을 따낸 하산은 대회 2관왕에 올랐다.
하산의 이날 기록은 세계선수권 대회 신기록이자, 1,500m 종목 역사상 6번째로 빠른 기록일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하산은 400m 지점을 앞두고 선두로 올라선 데 이어 800m, 1,200m를 모두 1위로 통과하며 경쟁자들을 손쉽게 제쳤다. 2위를 차지한 2017년 런던 대회 챔피언 페이스 키프예곤(25ㆍ케냐ㆍ3분54초22), 3위 구다프 츠게이(22ㆍ에티오피아ㆍ3분54초38)와의 거리를 10m 이상 벌렸다.
에티오피아 아다마에서 태어난 하산은 15살 때 생존을 위해 고향을 떠나 네덜란드에 정착한 난민출신이다. 새로운 나라, 새로운 환경에서 처음 육상을 접한 하산은 다른 선수들보다 출발은 늦었지만 타고난 능력으로 유럽 무대를 휘어잡으며 두각을 드러냈다. 2014년 스위스 취리히 유럽선수권대회에서 1,500m 우승, 5,000m 준우승을 차지한 뒤 세계 무대에 진출, 2015년 베이징 세계선수권 1,500m 3위, 2017년 런던 대회 5,000m 준우승으로 여자 중장거리 패권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특히 2019년은 ‘하산의 해’라 부를 정도로 20대 중반에 접어들어 기량이 절정에 올랐다. ‘여제의 왕좌 정복’이라 부를 만하다. 하산은 지난 7월 23년 묵은 여자 1마일(약 1,600m) 세계기록(4분12초33)을 깼고 이번 대회까지 집어삼켰다. 5,000m에서도 유력 우승후보로 평가받은 하산이지만, 1,500m 결선 경기 시간과 30분 간격이라 출전을 포기했다.
하산은 자신을 둘러싼 도핑 의혹에 대해서도 자신 있게 반박했다. 1,500m 5위를 기록한 동료 선수 라우라 무이르(26ㆍ영국)는 2016년부터 하산을 맡아온 알베르토 살라자르(61) 코치가 최근 미국반도핑위원회로부터 지도 선수들에게 금지 약물을 투약한 혐의로 4년 자격 정지를 받았다며, 하산의 급격한 기량 향상에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하산은 “사람들이 나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얘기를 늘어놓아 너무나 화가 난다”면서 “내가 걸어온 길은 투명하고 깨끗하다. 얼마나 열심히 훈련해왔는지 경기를 통해 증명하겠다”고 말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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