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들끼리 접촉 사고를 일으키거나 끼어들기를 한 후 서로 자기 말이 옳다고 하면서 옥신각신하는 것 등을 두고 ‘실갱이 혹은 실랭이를 벌이다’라고 말하곤 하는데, ‘실갱이’와 ‘실랭이’는 모두 지역 방언이고 표준어는 ‘실랑이’이다. 그럼 ‘실랑이’라는 말은 어디에서 유래했을까?
‘우리말 유래 사전’을 보면 ‘실랑이’는 과거 시험을 치르고 나서 합격자를 발표하는 구령인 ‘신래위’에서 유래한 말이라고 나와 있다. 여기서 ‘신래(新來)’는 과거에 새로 급제한 사람을 말하는데, 관용구 사전에 ‘신래(를) 불리다’는 ‘과거에 급제한 사람을 선배들이 축하하는 뜻으로 그의 얼굴에 먹으로 그림을 그리고, 앞으로 오랬다 뒤로 가랬다 하며 괴롭히던 일을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되어 있다.
이처럼 과거 시험장에서 ‘신래위’라는 구령으로 합격자를 발표하면 호명을 받은 사람은 합격 증서를 받기 위해 앞으로 나가야 하지만 선배들이 합격 증서를 받으러 나가지 못하도록 붙잡아 두고 놀리는 전통이 만들어졌고, 이 ‘신래위’라는 말이 발음 변화를 거쳐 ‘실랑이’로 어형이 바뀌었다고 전해진다.
이러한 유래 때문에 ‘실랑이’의 의미에는 ‘서로 자기 주장을 고집하며 옥신각신하는 일’ 외에 ‘옳으니 그르니 하며 남을 못살게 굴거나 괴롭히는 일’이라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실랑이와 비슷한 의미로 ‘승강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오를 승(昇)’ 자와 ‘내릴 강(降)’ 자로 이루어진 한자어에 접미사 ‘-이’가 결합한 말로서 ‘서로 자기 주장을 고집하며 옥신각신하는 일’을 뜻하는 말이다. 이러한 의미로 본다면 ‘승강이’와 ‘실랑이’는 동의어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승강이’에는 ‘남을 못살게 굴거나 괴롭히는 일’의 의미는 없다.
유지철 KBS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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