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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수도권이 대한민국인가?

입력
2019.10.07 04:4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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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가운데) 행정안전부장관 3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지방분권 및 주민참여 강화 관련 당정청 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도 참석했다. 뉴스1
김부겸(가운데) 행정안전부장관 3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지방분권 및 주민참여 강화 관련 당정청 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도 참석했다. 뉴스1

고향에 계신 노모를 뵙기 위해 가끔 주말에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서울에서 진주로 가다보면 수도권이 얼마나 빠르게 팽창하는지 체감할 수 있다. 분당에서부터 죽전, 기흥, 신갈에 이르기까지 아파트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수도권의 경계가 어디인지 헷갈릴 정도다. 수도권의 경계가 명목상의 행정구역을 넘어선 지는 이미 오래다. KTX 덕분에 수도권은 충청권까지 이미 팽창한 상태다. 국토 면적의 12%인 수도권에는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이 모여 살고, 1000대 기업 중 74%가 기업 활동을 영위하며, 전 국민의 연간 신용카드 사용액의 81%가 집중돼 있다.(자료=국가균형발전위원회, 2015년)

가히 수도권이 곧 대한민국이라는 말이 상식이 될 지경이다.

반면, 시골 마을은 지금 적막하다. 갓난아이의 울음이 끊긴지 오래다. 장수(長壽)마을은 다 시골에 있다. 부모들은 장성한 아들 딸과 그들의 아들 딸을 수도권에 보내고 서울 하늘만 바라보고 있다. 서울은 어떠한가? 꼬딱지만한 아파트값이 하루 밤새 수 억 원씩 오르락내리락 한다. 길 위에 길을 놓고 집 위에 집을 짓는다. 대도시는 빈틈이 없어 숨이 막히고 욕망들은 끝없이 경연한다. 사람들은 집적과 과잉에 지쳐 시골 하늘을 바라본다.

서울의 과잉과 지방의 결핍, 서울 사람과 지방 사람들의 염원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지방분권이라는 정책이 나왔다. 과거에도 상책이었고 현재도 최선책이다. 혁신도시를 건설하고 공공기관과 공기업 이전을 통해 지방에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한 것은 나름대로 성공한 정책이라고 본다. 수년 전 행정안전부 지방분권 지원단장으로 일할 때다. 서울 사람과 지방 사람들의 염원을 해결하고, 저성장의 늪에 빠진 국가의 성장판을 열기 위해, 지방 분권을 위해 밤낮으로 뛰었다. 지방분권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고 확신했다. 그래서 절박했다. 하지만 국회 상임위까지 올라간 지방분권 관련 법률 중 상당수가 국회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다. 최근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안도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한국처럼 국토가 좁은 나라에서 지방분권은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는 편견이 반대의 주요 논리로 활용됐다. 하지만 그 논리 뒤에는 기득권을 놓기 싫은 세력들이 밀집대형을 하고 버티고 있었다. 중앙집권 체제 속에서 성장한 대기업들, 서울 소대 대학에서 중앙집권과 서울 집중의 효율에 대해 이론을 제공하는 일부 지식인 등이 지방분권 반대의 최전선에 참전했다.

우리보다 면적이 훨씬 적은 스위스, 오스트리아, 벨기에는 대표적으로 지방정부의 강한 자치권을 보장함으로써 국가 균형발전을 이끌었다. 이들 국가의 1인당 GDP 순위는 스위스가 세계 2위, 오스트리아 13위, 벨기에가 17위로 29위인 우리나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2018년 IMF 자료) 그러니 국토 크기가 작아서 중앙집권이 효율적이라는 주장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논리적 근거도 부족하다. 주요 선진국의 자치권 강화는 국가권력 독점의 폐해를 청산하고, 국가권력이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왔다.

지방분권은 풀뿌리 민주주의의 첫 단추이자 국가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블루오션이다. 중앙과 지방이 상생하여 고루 발전해나가야 고개숙인 청년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 그 첫 물꼬가 자치입법, 자치행정, 자치조직, 자치재정을 강화하는 일이다. 이를 통해 서울과 지방이 고루 발전할 수 있는 장을 열어야 한다. 각 지역이 나름의 특색을 갖고 교육ᆞ보건ᆞ직장ᆞ금융 인프라를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중앙과 지방의 균형발전이 이뤄지면 일자리를 찾지 못해 신음하는 젊은이들에게도 희망을 줄 수 있다. 획일화된 수도권 중심 문화에서 벗어나 각 지역별 특색을 살려 창업을 하거나 취업을 할 기회가 열릴 것이다.

수도권만이 대한민국인 나라에서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

한경호 대한지방행정공제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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