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국 공영방송 BBC에 ‘KKONDAE(꼰대)’란 단어가 소개됐다. 꼰대를 “늘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나이 많은 사람”으로 묘사하며 “원치도 않는 조언을 하고, 후배에게는 절대적인 순종을 요구하는 관리자(리더)에게 사용하는 말”이라고 소개했다.
조직에 리더십이 사라지고 있다. 연장자의 지혜와 경험에 대한 존중은 옅어지고 과거의 성공 경험에 바탕한 조언이나 가르침은 유물이 되어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 여기에 사이비 리더들의 발호와 국가적 리더십의 부재는 기름을 붓는 격이다. 리더십의 위기다.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즉각 국가나 조직의 생존이 위협받는 시대다.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리더십이 요구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리더가 필요할까? 리더십의 정의는 시대 변화에 따라 바뀌어 왔다. 최근 리더십의 재정의에 대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급격한 기술 발전과 변화가 일상인 환경에서 세대 간의 공감, 이문화 간의 공감을 이끌어 내 사람과 기술의 활용과 융합의 시너지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리더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요구되는 리더십 역량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며 전략적 사고, 이슈 창안, 불확실성 관리, 권한 위임, 통섭, 인간 존중, 창의성과 공감 등이 거론되고 있다(청주대 최우재 교수). 즉 리더십의 변화는 “미래, 통합, 공감”으로 향하고 있다. 미래를 이끌어 가는 능력과 세대를 아우르는 공감 능력이 꼭 필요한 영역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시대는 항상 변화했고 문화와 생각도 그에 따라 변해 왔다. 하지만 리더십의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가장 기본이 되는 덕목은 ‘진정성’이다. 조직의 규모, 사업 분야, 성장 단계 등 상황에 따라 요구되는 리더십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획일적일 수는 없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관통하는 것은 진정성이다. 가치를 후대에 전하고 솔선수범해야 한다. 이슈와 인기를 좇아 새로운 세대에게 조언하는 것을 두려워한다면 리더의 부재는 계속될 것이다.
리더십의 위기는 국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는 팔로어의 지지와 공감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리더의 존재 이유와 가치는 한 방향을 보고 통합과 혁신으로 전 구성원을 단합시켜 새로운 문화로 만들어 간다는 것에 있다. 누가 할 수 있는가?
누군가의 오늘은 지금껏 걸어온 발자국 하나하나가 모여 만들어진 것이다. 마치 과거로 만들어진 지문과 같아서 지워지지 않는다. 말과 행동이 부합하면 존경받는 리더가 되지만 괴리가 크면 클수록 리더로 인정받기 어려워진다. 인정받지 못하는 리더에게서는 원하는 결과를 얻기도 힘들뿐더러 한데 모아 합심하여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가 어렵다. 가치를 잃는 순간 곧바로 리더십 불인정으로 인해 리더의 부재와 상실로 나타난다.
최근 ‘내로남불’이란 말이 많이 들린다. “나”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에게 그렇게 하라는 이중잣대를 적용하는 경우 쓰이는 말이다. 이는 논란이 되고 있는 조국 사태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조직과 사회에 쓴소리를 마다 않던 개혁적이고 청렴한 이미지로 기득권자를 철저히 비판했으나 이제 말과 실제의 괴리로 인해 사회적 리더의 위치를 상실할 지경에 놓였다. ‘조로남불’이라는 말까지 나올 만큼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리더십의 가치적 본질의 중요성을 보여 준다. 이 사태가 어떻게 정리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또 하나의 새로운 형태의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나라가 어지럽다. 리더십의 위기다. 국가적인 내부 여론의 충돌이나 영향을 막아줄 만한 사회적 원로 리더십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 리더십의 위기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이는 결국 다음 세대인 청년에게 부담으로 남을 것이다. 언제쯤 우리는 “정말 좋은” 리더를 갖게 될까.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ㆍ성균관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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