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ㆍ보험사ㆍ브로커 ‘검은 커넥션’]
보험사에는 해결사들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부당하게 보험금을 수령하려는 환자들이나 병원의 행태를 적발해 보험사 손실을 줄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막무가내 환자들이 갈수록 늘어나는데다, 일부 병원들의 도덕적 해이까지 겹치면서 이들에 대응하는 전문인력들이 생겨났다. 바로 경찰 출신 조사실장이다.
한국일보 취재결과 전국의 손해보험사와 생명보험사에는 경찰 출신 조사실장을 회사마다 여러 명 두고 있다. 각 보험사는 서울과 수도권 호남 영남 등 지역별로 조사실장이 있어서 전국적으로 그 숫자는 400여명에 달한다. 보험사 출신은 극소수고 경찰 출신이 거의 대부분이다.
조사실장은 해당 지역 경찰서에서 오래 동안 근무하다가 퇴직한 뒤 보험사에 입사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지역 사정에 밝다. 보험사기 범죄가 기승을 부리자 1990년대부터 일부 보험사가 한두 명씩 퇴직 경찰을 영입했고 2000년대부터는 거의 모든 보험사가 필수 인력으로 뽑기 시작했다. 일선 경찰서에서 10~15년 이상 일한 베테랑들이 보험사에 들어갔다. 초기에는 교통조사 업무를 담당한 경찰들이 주로 뽑혔지만, 갈수록 범죄가 교묘해지면서 강력업무나 지능범죄수사를 맡았던 경찰들도 합류하기 시작했다.
초봉이 5,000만원 이상으로 경찰 재직 때보다 많고, 출퇴근이 자유로운데다 문제만 없으면 정년이 보장돼 경찰들 사이에서 인기직종으로 자리 잡았다. 다만 현직 때 불미스런 일에 연루돼 옷을 벗게 된 경찰들이 ‘제2의 직장’ 개념으로 합류하는 경우가 늘어나 도덕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형보험사의 한 조사실장은 “10명 중 8명 정도는 경찰 재직 때 징계를 받거나, 형사 처벌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수사경험이 풍부한 경찰 출신들이 보험사로 유입되면서 보험사기 범죄를 예방하는데 일조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부작용도 생겨나고 있다.
현직 경찰과 친분이 깊고 경찰서를 자유롭게 출입하면서 유착 문제가 불거졌다. 보험금을 돌려받게 되면 조사실장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인센티브를 지급받는데다, 환수실적이 승진에 반영되기 때문에 현직 경찰 관리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경찰들도 보험사에서 제공하는 자료에 근거해 손쉽게 수사실적을 올릴 수 있고, 향후 보험사로 이직할 수도 있어 친분 유지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조사실장은 “필요에 따라 경찰들을 접대하고, 합의를 유도하기 위해 보험사들이 경찰력을 끌어들여 무리하게 수사를 진행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자신이 속한 보험사 임직원이 경찰 수사를 받을 경우 수사정보를 빼내 보고하는 일도 적지 않다.
개인정보 보호가 정부기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슨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조사실장들끼리 네트워크가 잘 구축돼 있다 보니, 한 보험사에서 관리하는 가입자 정보가 다른 보험사로 유출되거나, 병원들을 등치려는 브로커들에게도 흘러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전직 조사실장은 “경찰이 수사를 하면서 알아봐야 할 개인정보도 절차가 복잡하다며 보험사에 부탁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보험업계 관계자는 “가입자 개인정보는 금융당국을 통해 합법적으로 취득하고 있으며 보험사끼리 불법 공유하는 일은 없다”고 밝혔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강철원 기자 str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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