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띠, 플래시몹 집회로 숨 고르기
6일 대규모 집회서 유혈충돌 가능성
4개월째 계속되는 반정부시위의 확산을 막기 위한 홍콩 정부의 긴급법 발동이 성난 시위대에 기름만 끼얹은 모양새다. 5일(현지시간) 0시를 기점으로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을 전면 금지하는 복면금지법이 시행됐지만 오히려 더 많은 시민들이 저항의 의미를 담아 마스크를 쓴 채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복면금지법 시행 첫날인 5일 검은 옷과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 수백명이 낮부터 홍콩섬 코즈웨이베이에 모이기 시작했다. 침사추이의 스타페리 부두 밖에서 손에 손을 잡고 인간 띠를 만든 시위대는 캔튼로드를 따라 걸어가며 “나는 마스크를 쓸 권리가 있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시간이 지날수록 시위대의 숫자는 계속 불어나 센트럴까지 수천명이 행진에 동참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했다.
전날 격렬 시위의 여파로 MTR(지하철) 운행이 전면 중지되면서 예정됐던 대규모 집회는 취소되고 대신 홍콩시내 20여곳에서 크고 작은 플래시몹 집회가 열렸다. 교통대란으로 한 장소에 대규모 인원이 집결하기가 어려워졌으니 위엔롱, 에버딘 등 각자 가까운 장소에서 삼삼오오 뭉쳐보자는 것이었다. 주로 각 지역의 쇼핑센터들이 집결지로 낙점됐다.
그중 홍콩 최대 번화가 중 한 곳인 몽콕 지역에 유독 많은 사람들이 몰리면서 무장 경찰이 출동, 또 한번 일촉즉발의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경찰은 철도 시설과 중국계 상점을 파괴하는 등 과격 행동을 한 일부 참가자를 체포했고, 이 지역 인근에 물대포 차량을 대기시키기도 했다. 진압 과정에서 시민과 무장 경찰 간 몸싸움이 벌어지자 지나가던 시민들과 관광객까지 멈춰 서서 경찰에 욕설과 야유를 보냈다. 전날 14세 소년이 또다시 경찰이 쏜 총에 다리를 맞고 실려가면서 극에 달한 시민들의 분노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그 밖의 플래시몹 시위들은 비교적 평화롭게 진행됐다. 오후 8시 퀘리베이의 시티플라자 쇼핑몰에는 검정색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 200여명이 난간에 길게 늘어섰다. 이들은 돌아가며 “광복 홍콩! 자유 혁명!” “폭도는 없고, 폭정만 있다!” “5대 요구 하나도 포기 못한다” 등 구호를 선창하기 시작했고 함께 외치다 중간중간 시위 주제가인 ‘홍콩에 영광을(Glory to Hong Kong)’을 부르는 식으로 집회를 이어갔다.
참가자들은 정부의 긴급법 발동에 분통을 터트렸다. 남편과 함께 네 살짜리 아들을 데리고 시위에 참가한 40대 주부 장씨는 “경찰은 얼굴은 물론 신원번호까지 숨기는데 시위대에만 마스크를 벗으라고 요구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더욱이 입법회 승인도 거치지 않고 긴급법을 발동시킨 것은 너무나 비민주적인 조치다”라고 말했다. 해산 전 시위대는 “10월 6일 빅토리아 공원으로!”라고 외치며 다음 날 있을 대규모 집회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다.
홍콩 시민들은 6일 오후부터 홍콩섬 코즈웨이베이에서 ‘전민 마스크 착용 시위’와 ‘긴급법 반대 100만 시위’ 등을 벌일 예정이다. 최대 300만명 참여를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일대 통행이 마비되는 것은 물론, 경찰과 시위대 간 유혈 충돌이 벌어질 우려가 크게 제기된다. 람 장관은 이날 동영상 메시지를 통해 ‘복면금지’ 긴급법 시행의 정당성을 강조하면서 “정부는 단호히 폭력을 막을 것이다. 함께 폭력을 규탄하고 폭도들과 결연히 관계를 끊자”고 강경 대응 방침을 시사했다.
홍콩=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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