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된 계부, 2주간 수시로 폭행ㆍ학대
친모도 살인 방조 혐의로 긴급체포
5살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20대 계부가 의붓아들이 숨지기 2주 전부터 수시로 폭행하고 학대한 것으로 드러났다. 72시간 동안 화장실에 가둔 채 때리는가 하면 손과 발을 뒤로 묶어 몸이 활처럼 휘게 한 상태에서 목검을 휘둘렀다. 숨진 5살아의 친모는 살인방조 혐의로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인천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계는 숨진 A(5)군의 친모 B(24)씨를 살인방조와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고 4일 밝혔다.
B씨는 남편 C(26ㆍ구속)씨가 지난달 11일 오후 11시부터 같은 달 26일 오후까지 인천 미추홀구 한 빌라 자택에서 A군을 학대하고 마구 때려 숨지게 하는 것을 방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이 미추홀구 자택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영상을 임의 제출 받아 분석한 결과 C씨는 지난달 11일 오후 11시부터 A군에게 엎드려 뻗쳐를 시키는 등 학대했다. C씨는 지난 8월 30일 A군을 보육원에서 데려온 뒤 다음날 부산의 B씨 지인 집을 방문해 휴가를 보내고 학대 당일 귀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C씨는 지난달 9일 A군이 거짓말을 하고 동생을 괴롭힌다는 이유로 폭행했다. 지난달 16일 오후부터 19일 오후까지 72시간 가까이 A군을 화장실에 가둔 채 수시로 때리기도 했다. C씨는 지난달 25일 오후부터 다음날 오후까지 25시간가량 손과 발을 케이블 타이로 뒤 쪽으로 묶은 뒤 1m 길이 목검으로 마구 때렸고 결국 A군은 숨졌다.
경찰이 확보한 8월 28일부터 지난달 26일까지 한 달치 분량의 CCTV 영상에는 이 같은 폭행ㆍ학대 정황이 대부분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C씨는 지난달 29일 살인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은 그를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가 이후 A군의 사망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했다고 보고 죄명을 변경했다.
지난달 26일 오후 10시 20분쯤 C씨로부터 “아이가 쓰러졌는데 숨을 쉬지 않는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가 발견했을 당시 A군은 의식이 없고 맥박이 뛰지 않는 상태였다. 눈 주변과 팔다리에선 타박상과 멍 자국이 발견됐다.
C씨는 2017년 A군과 둘째 의붓아들 D(4)군을 폭행하는 등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 받아 이번 범행 당시 집행유예 기간 중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A군과 D군은 2017년 3월 인천의 한 보육원으로 옮겨져 최근까지 지냈으나 지난달 A씨가 강제로 집으로 데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B씨가 남편 C씨의 살인 범행을 방조하고 A군을 학대한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해 전날 오후 4시쯤 임시보호시설에 머물던 A씨를 긴급 체포했다.
B씨는 경찰에서 “남편이 다른 아들 2명도 죽이겠다고 협박해 무서웠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도주할 우려가 있어 긴급 체포했다”라며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