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 추가 자백에 의문도 제기돼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의 진범은 누구인가.
화성연쇄살인 등 14건의 살인사건과 30여건의 성범죄를 자백한 이춘재(56)가 모방범죄로 결론이 났던 8차 사건까지 자신이 저질렀다고 주장한 것으로 4일 알려지면서 이미 범인이 검거됐던 8차 사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당시 경기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의 한 가정집에서 박모(13)양이 잠을 자다 성폭행을 당한 후 살해된 사건이다. 이듬해 7월 경찰은 당시 22세이던 윤모씨를 범인으로 검거했고, 이후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화성연쇄살인사건 중 유일하게 진범이 잡힌 사건으로 기록됐다.
당시 경찰이 범인으로 윤씨를 지목한 결정적인 근거는 범죄 현장에서 발견한 체모였다. 경찰은 모발 중성자 분석법을 수사 사상 처음 적용, ‘체모에서 검출된 특정 중금속 성분이 보통 사람보다 월등히 높다’는 분석 결과를 활용해 용의자 직업군을 압축했다. 경찰은 분석 결과에 따라 범행 현장 인근 철공소 등을 돌며 일하던 사람들의 체모를 수집해 분석했고, 그 결과 용접공으로 일하던 윤씨의 체모와 현장에서 발견된 체모의 정보가 일치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부분이 증거로 채택돼 결국 윤씨는 무기징역 선고를 받았다. 8차 사건을 계기로 국내에서 처음으로 유전자(DNA) 분석기법을 수사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다만 경찰은 8차 사건이 연쇄살인 사건과 범행 장소가 가까운 점 외에는 수법이 달라 타 사건과 관련이 없는 모방범죄로 결론 내렸다. 범인 윤씨는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으나 이후 징역 20년으로 감형돼 청주교도소에서 복역하다 2010년 5월 출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만약 이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무고한 시민을 범인으로 몰아 처벌한 게 된다. 당시 수사와 재판에 관여했던 경찰과 검찰, 사법부도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물론 이춘재의 자백 자체가 영웅 심리에 따른 허위 진술일 가능성도 있다. 경찰의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다.
손효숙기자 sh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