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비당권파 수장 유 대표
“개혁적 新중도보수에 뜻 함께하자 요청”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4일 “안철수 전 의원과 직접 연락을 하고 의사를 묻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非)당권파를 이끌며 독자행보에 나선 유 의원이 본격적으로 정치세력 규합 시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당 안의 당’ 격으로 바른정당계와 안철수계 등 비당권파 의원 15명이 지난달 30일 결성한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을 이끌고 있다.
유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ㆍ현직 지역위원장 간담회가 끝난 뒤 기자들에게 “독일에 있는 안 전 의원에도 개혁적이고 새로운 중도보수 정치를 선보이는 데 뜻을 같이 해달라고 계속 요청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국민의당 출신 비례대표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수개월 동안 (안 전 의원과) 대화해왔는데 이젠 직접 연락하고 메신저 프로그램 문자도 주고 받고 있다”며 다소 구체적인 소통 방식도 부연했다.
앞서 유 의원은 간담회장에선 모두 발언을 통해 바른미래당의 실패를 인정하면서 “가장 큰 원인은 당초 국민에게 한 약속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라 짚었다. 안 전 의원이 추구한 합리적 중도 정치와 자신이 추구해온 개혁보수의 정치 노선을 합쳐 좋은 정치를 하겠다는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광화문과 서초동에서 진영 논리에 빠져 불법과 탈법, 특권에 대해 눈감고 양 패거리로 나눠서 싸우는 모습을 똑똑히 봤다”며 “비록 우리가 잘못해 국민 신뢰를 얻지 못했지만 창당 정신은 여전히 유효하다. 안철수 창당정신도 유효하다”고 했다.
유 의원은 그러면서 “바른미래당 안에서 우리가 가고 싶은 길, 하고 싶은 정치를 하기에는 상황이 절망적”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신당 창당이 임박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날 간담회에선 전ㆍ현직 지역위원장 80여명이 참석해 2시간 넘게 변혁의 행보에 관해 열띤 논의를 했다. 이 자리에선 당권파인 손학규 대표가 퇴진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신당 창당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변혁 측 김철근 대변인은 “33명이 발언했는데 창당 의견이 상당히 많았다. 정당을 만드는 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있다면 하드웨어 준비는 해나가야 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손 대표 측인 당권파는 유 의원이 이끄는 변혁의 영향력 확대 차단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사무총장인 임재훈 의원은 최고위원회의 및 확대간부회의에서 “변혁은 최대한 시간을 끌며 국민의당계를 흡인한 뒤 한국당과 통합하거나 공천 나눠먹기를 추진할 것”이라 주장했다. 국민의당 출신인 임 의원은 “국민의당계는 한국당과 함께 정치 활로를 모색하려는 세력과 중도 개혁을 통해 블로오션에서 정치를 하려는 세력으로 분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권파 측 평당원 모임인 ‘통합과 개혁을 위한 평당원 비상행동’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유 의원의 해당 행위를 당 윤리위원회가 즉시 조사해 엄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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