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망증은 치매의 초기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국민들은 가족 치매를 걱정함과 동시에 요즘 대통령의 기억력 문제를 많이 걱정하고 있습니다.”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이 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복지부 국정감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기억력을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 여당 의원들이 “명백한 대통령 조롱”이라고 강력히 반발하며 국감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조국 사태로 여야가 강대강 대치로 치달으면서 극단적 발언까지 나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 의원은 이날 복지위에서 국가기록원의 개별 대통령기록관 설립 문제를 언급하며 “개별 대통령기록관을 짓는다는 보도에 ‘문재인 대통령이 불같이 화냈다’는 청와대 대변인의 발표가 있었는데 그전 국무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전용 기록관 건립 계획을 직접 심의해 의결했다”며 “그 국무회의에 복지부 장관도 있었는데 이쯤 되면 대통령 주치의뿐 아니라 복지부 장관도 대통령의 기억력을 챙겨야 한다”고 했다. 김 의원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건망증은 치매의 초기증상”, “국민들은 요즘 대통령 기억력 문제를 많이 걱정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즉각 반발했다. 기동민 의원은 “대통령이 건망증 아니냐, 치매 유관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은 조롱이자 노골적인 폄훼”라며 ”국감장에서 일국의 대통령을 인신공격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김 의원이 사과하지 않으면 더 이상 국감에 임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정부ㆍ청와대는 앞서 국가기록원 논란에 대해 “내년 국가 예산이 몇백조(500조원)인데 그중 32억원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다 알 수가 없다”(진영 행안부 장관) “대통령이 기록관 설립을 지시한 바 없다고 분명히 전했다”(고민정 청와대 대변인)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김 의원은 “내가 치매 환자라고 말하지 않았다”며 “국회의원에게 표현의 자유와 의정활동의 자유가 있는데 야당 의원의 입을 막으려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 도둑이 제 발 저리는가”라고 맞섰다. 김 의원이 사과를 거부하자 여야가 약 30분간 고성을 주고받았고 국정감사는 파행됐다.
이후 복지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통령 건강에 대한 허위ㆍ날조 발언을 한 김 의원은 즉각 사과하고 복지위원회 위원직을 사퇴하라”고 규탄했다. 이와 관련 복지위 한국당 간사인 김명연 의원이 “표현상 자극이 있던 것에 대해 간사로서 유감의 뜻을 밝힌다”고 ‘대리 사과’해 복지위가 재개됐다. 민주당 관계자는 “국감 운영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 국감장에 복귀했지만 김 의원의 사과와 사퇴를 끝까지 요구할 것”이라며 “국회 윤리위에도 김 의원을 제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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