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적 조치 취할수록 비핵화 가까워져”
북한 비핵화를 두고 북미가 실무 협상을 재개한 가운데 조셉 윤 전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 협상력이 약해졌다고 북한이 판단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미국 측 비핵화 실무 협상 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전임자인 윤 전 대표는 2일(현지시간) 이뤄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진단했다고 미국의소리(VOA)방송이 4일 보도했다.
윤 전 대표는 북미 간 실무 협상을 앞둔 2일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시험 발사한 점을 거론하며 “협상 레버리지(지렛대)를 높이겠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전보다 약해졌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뭔가 결과를 보여주는 데 급급한 쪽은 김정은이 아니라 트럼프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내년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외교 분야에서의 ‘성과’가 절실할 것이고, 이런 흐름에서 자신들의 협상력이 더 크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 미국 조야에 퍼진 북한 비핵화 회의론에 대해 그는 “비핵화로 가는 단계들은 분명히 있다”고 반박했다. 윤 전 대표는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 방식은 안 된다”며 “곧바로 최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꼬집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전제로 한 이른바 ‘빅 딜’이 아니라 북한이 주장해온 단계적ㆍ동시적 비핵화 해법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단계적 비핵화 프로세스를 따를 경우 한국과 일본이 위협을 느낄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미국의 확장 억지력 즉 핵우산 공약이 있는 한 그런 우려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전 대표는 북미 간 협상 외 동북아 지역 당사국들이 참여하는 북한 비핵화 대화 틀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그는 “과정에 따른 결과에 거대한 지분을 갖는 한국과 중국을 포함시켜 외연을 넓혔으면 한다”며 “협상가라고 부르든 특사라고 부르든 이들이 정기적으로 만나 비핵화와 (북한) 안전 보장에 진전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북미 양측은 4일(현지시간)부터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북한 비핵화 실무 협상에 나선다. 북측 실무 협상 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가 전날 스톡홀름에 먼저 도착한 가운데, 비건 대표가 이끄는 미국 측 실무 협상단도 곧 도착할 예정이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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