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에 굴복” “반개혁 프레임 거부” 등 선제적 제시 배경 놓고 해석 분분
“국민 알권리 위해 필요” 반론에도 공론화 과정 없이 독단 결정 논란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의 피의자나 참고인을 공개적으로 소환하는 관행을 전면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시한 검찰개혁 방안의 일환이기는 하지만 국민의 알권리 침해에 대한 공론화 없이 추진하는 것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를 둘러싼 청와대와 검찰의 기싸움 와중에 윤석열 검찰총장이 선제적 카드를 제시한 배경을 둘러싼 해석도 분분하다.
4일 윤석열 검찰총장은 “구체적인 수사공보 개선 방안이 최종 확정되기 전이라도, 우선적으로 사건관계인에 대한 공개소환을 폐지하라”고 일선 검찰청에 지시했다. 대검 관계자는 “공인을 포함해 모든 공개 소환을 전면적으로 폐지하는 것”이라며 “오늘부터 즉시 시행된다”고 밝혔다.
대검은 이번 조치의 배경으로 인권 보장을 앞세웠다. 대검 관계자는 “그 동안 사건 관계인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공개소환 방식에 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검찰 내외부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금까지 검찰은 공보준칙에 따라 전ㆍ현직 장ㆍ차관 이상의 고위 공직자,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자산 1조 이상의 기업 대표 등을 소환할 때 언론을 통해 소환 일시와 장소를 알려 왔다. 이를 두고 ‘재판을 통해 유죄가 입증되지 않은 피의자를 언론에 공개해 돌이키기 어려운 기본권 침해가 야기된다’는 인권 침해 논란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검찰의 공개소환은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가치적 측면에서 유지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문무일 전 검찰총장 시절에도 인권 침해 논란으로 ‘포토라인’ 폐지를 검토했지만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제도를 유지한 바 있다. 특히 검찰이 여론 수렴 과정 없이 가치 충돌의 문제를 일방적으로 결정한 과정을 두고 비판이 적지 않다. 변호사 단체의 한 관계자는 “전직 대통령이나 재벌 총수도 인권을 우선해 비공개 소환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면서 “소환 공개 여부에 대한 이해 당사자인 법원, 변호사단체, 언론도 함께 관여해야 할 문제인데 검찰이 독단적으로 결정을 내린 부분은 아쉽다”고 말했다.
조국 장관 일가 수사 와중에 윤석열 총장이 선제적 카드로 제시한 배경을 두고도 논란이 적지 않다. 이번 조치는 문 대통령이 검찰에 연일 성찰과 개혁을 요구한 데 따른 후속 조치의 성격이 크다. 하지만 조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황제소환’ 논란이 일고 있는 마당에 검찰이 비공개 원칙을 발표하면서 공개소환 금지 혜택은 사실상 정 교수가 첫 수혜자가 된 셈이다.
논란과 파장이 큰 만큼 윤 총장의 전격적인 카드에 대한 해석도 다양하다. 윤 총장이 청와대의 압력에 밀렸다는 해석도 없지 않지만 반개혁 프레임을 덧씌우려는 여권의 드라이브에 대한 저항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대검 관계자는 논란이 확산되자 “언론의 가시와 견제, 비판의 기능은 당연히 보장돼야 한다. 구체적인 실천방안은 대검에서 추후 세부적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이날 “모든 직접수사 부서가 축소·폐지돼야 한다”고 법무부에 권고했다. 이는 지난 1일 '서울중앙지검 등 3개 부서를 제외하고 전국 특수부를 폐지하겠다'던 윤석열 검찰총장의 자체 개혁안보다 개혁 수위를 높이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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