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수호’ ‘정부 규탄’ 집회 모두 “수백만” 주장하며 진영 대결 양상
‘문재인 주변 패거리 쓸어버려야’ 한국당, 거리낌 없는 막말로 선동
수사검사 고발 무리수 둔 민주당은 ‘총선 타격’ 우려 속 단일대오 유지
개천절인 3일 광화문을 비롯한 서울 도심 곳곳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지난달 28일 ‘조국 수호’를 외치며 열린 서초동 촛불집회에 맞서기 위한 맞불집회였던 만큼 주최측은 세 과시를 위해 광화문-시청-남대문까지 2km 구간의 도로를 모두 장악했다. 문재인 정부를 반대하는 세력이 총결집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주말인 5일 서초동에선 2차 촛불집회가 예고돼있다. ‘검찰개혁’ 대 ‘조국 파면’으로 양 진영간 대결이 극에 달할 전망이다. 정치권 상황을 체크하기 위해 본보 국회팀이 카톡방에 모였다.
광화문 불나방(불나방)=광화문 집회를 주최 측은 300만명이 모였다고 했죠. 앞서 서초동 촛불집회는 200만명을 내세웠고요. 믿을 만한 숫자들인가요.
꺼진불도 다시보자(꺼진불도)=숫자의 정확성을 떠나 200만명, 300만명이 진보와 보수가 각각 자신들의 지지층 결집을 강조하기 위한 숫자라는 게 드러난 이상, 앞으로 ‘몇 명이 모였다’는 식의 공지는 무의미해진 것 같아요. 과거 광우병 집회, 탄핵 집회는 그 규모만으로도 ‘국민의 뜻’이란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는데 이젠 그것이 어려워진 거죠. 앞으로 500만명이 모였다고 해도 ‘진정한 여론’이라 할 수 있을까요?
불나방=광화문 집회 분위기는 어땠나요. 서초동 집회와 차이점이 뭔가요. 또 자유한국당 지도부를 비롯해 “문재인을 둘러싼 쓰레기 같은 패거리를 쓸어버려야 한다”(단식중인 이학재 의원)는 막말까지 나왔는데.
꺼진불도=‘문재인 대통령 퇴진’을 외친 목소리도 많았는데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했던 발언을 상기시키며 압박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 같아요. 대선 3개월 전인 2017년 2월 ‘국민들이 모여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문재인 퇴진을 요구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광화문 광장으로 나가겠다”고 말했었거든요.
국회 둔치주차장 E구역=광화문 집회는 인파 면에선 규모가 훨씬 컸던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한국당이나 우파단체들의 동원령으로 채워질 수 있는 참가인원을 훌쩍 넘어선 것도 분명해요. 조 장관 일가의 특혜성 입시와 표창장 위조 의혹 등 반칙행위, 사모펀드 등 갖은 의혹과 조 장관의 언행불일치, 거짓해명 논란 등에 분노한 청년과 중도층이 상당수 거리로 나왔죠. 조 장관 임명 반대 여론이 높은 다수의 여론조사도 줄줄이 나왔고요. 단순히 진영간 맞불집회로만 치부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서초동 집회를 두고 “그만큼 검찰개혁의 열망이 높다는 것”이라고 했던 청와대는 광화문 집회를 두고도 민심의 무게에 대한 답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올해는 뚜벅이(뚜벅이)=두 가지 생각이 듭니다. 먼저 한국당의 우리공화당화. 정당정치가 지켜야할 선이 있고, 제1야당 지도부가 해야 할 메시지의 정도란 게 있을 텐데 근거 제시없이 대통령 일가에 비리 의혹 제기 등 눈살 찌푸릴 내용들이 다수였죠. 또 다른 생각은 문 대통령의 무능입니다. 한국당 주장대로 300만명이 참여했다고 인정해도 할말이 없는 게 현 시국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청와대를 지켜보고 있고, 청와대 참모들은 말이 없고, 대통령은 검찰을 나무랍니다. 검찰의 역사를 아는 사람끼리, 정치 좀 해본 사람끼리는 이번 사태가 검찰의 농간이라고 지레 생각하고 의심할 수 있겠죠. 하지만 일반 국민들 생각은 다를 겁니다. 조국 일가에 분명 구린 구석이 있는 것 같고 검찰이 그걸 수사하는 게 옳은데, 갑자기 대통령이 나서서 검찰을 압박하는 모양새로 비춰질 겁니다. 그 결과 대한민국 민심은 반으로 갈라졌죠.
불나방=여당은 조 장관과 가족을 수사하는 검사와 검찰관계자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지요. 전례가 없는 일인데요. 여당내 ‘조국 지키기’ 기류에 변화는 없나요. 윤석열의 난으로 보나요.
여의도맨=여권은 비교적 단일대오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설사 조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구속되고, 조 장관이 기소되더라도 ‘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된 것도 아니니 내용을 보고 판단하겠다’며 그대로 갈 것을 외치고 있는데요. 이는 조 장관이나 정 교수에 대해 무죄를 확신하는 분위기가 강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특히 검찰 최고 엘리트라는 특수부의 ‘표창장’ 내지 ‘사모펀드’ 수사가 길어지면서, 의원들 사이에선 “검찰이 확실한 증거를 못 잡아 우왕좌왕한다” “윤석열 총장이 판단을 잘못했다고 하더라”는 말까지 공공연히 나오는 상황입니다.
뚜벅이=”처음부터 예고된 사태다, 윤석열이 조국 반대입장을 대통령에게 보고하겠다고 한 그 순간 모든 게임은 끝난 것이다.” 여당 모 의원의 평가입니다. 처음엔 다들 윤 총장의 의도가 뭔지 의아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나고 나서 돌이켜보니 대통령이 낙마시키지 않으면 자신이 수사로 낙마시키겠다는 뜻이었다는 게 여권의 판단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검찰을 고발한 민주당의 행태는 훗날 분명 역풍으로 작용할 겁니다. 검찰을 압박한 대통령에, 그 메시지를 읽고 행동으로 나선 민주당이라는 비판을 감당하지 못할 날이 올 것 같습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최근 여권 내 기류는 윤 총장이 일부 오판을 한 게 아니냐 갸웃하는 분위깁니다. 조 장관은 물론 정경심 교수에 대한 유죄를 입증하기도 지금 수사 상황에선 어려운 거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됩니다. 기소야 검찰의 독점적 권한이지만, 공소를 유지하고 유죄판결을 받아낼 수 있을 지가 관건이죠.
불나방=문 대통령 퇴진을 거론하는 인파가 ‘박근혜-최순실 사태’ 이후 처음으로 광화문에 대규모로 집결했는데 청와대 분위기는 어떤가요.
가을가을해=’입장 없다’는 입장인데요. 의견을 내는 것이 자칫 정쟁을 부추긴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걸 경계하는 듯합니다. 최근 문 대통령이 나서서 ‘수사 외압’으로 비칠 법한 주문과 지시를 검찰에 내린 상황에서, 광화문 집회에 또 의견을 내는 게 부담스러울 법도 하고요. 서초동에서 검찰개혁을 외치는 집회가 열렸을 당시 청와대가 “국민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사실상 힘을 실어준 바 있어 ‘시민의 목소리를 차별하는 것이냐’는 비판도 나오지만, 청와대는 앞선 서초동 집회는 ‘국민들 주도로’, 광화문 집회는 ‘한국당 주도로’ 이뤄진 만큼 다르게 해석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불나방=조국 사태 결말이나 향후 총선에 미칠 영향을 어떻게 보고 있나요.
여의도맨=여권에선 ‘아직 총선까지 시간 많이 남았다’는 분위기입니다. 실제로 7개월 정도 남았구요. 그 사이 남은 굵직한 변수만해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폭력사태 검찰 수사, 북미정상회담, 김정은 아세안 참석, 패스트트랙 본회의 표결, 보수 정계개편 등이 있는데요. 이르면 12월 선거제 개편안 등 패스트트랙 본회의 투표가 마무리 된 후 조 장관이 스스로 물러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돌고 있는 상황이구요.
뚜벅이=조 장관과 일가의 비위사실이 드러난다면(물론 최종 판결을 지켜봐야 하지만) 민주당이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됩니다. 정치가 알면서도 아닌척 싸워야 할 때가 있기에 저렇게 검찰 때리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지, '이거 자칫 훅 갈수 있다'는 생각을 다들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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