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억 배럴 유정 발견… 가이아나 서부 지역, ‘과야나에세키바’ 둘러싼 갈등 수면 위로
대서양 인근 남미 동북부 지도. 빗금이 그려진 곳이 분쟁 지역인 과야나에세키바. 가이아나가 실효 지배 중이나 베네수엘라가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그래픽=송정근 기자

가이아나는 남미 대륙 동북단에 위치한 인구 75만 명의 소국이다. 면적(약 21만 5,000㎢)은 한반도와 비슷하지만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약 4,630달러로 남미에서 볼리비아 다음으로 가난하다. 이런 가이아나를 두고 지난해 ‘남반구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가이아나 해상에서 최소 55억 배럴의 석유가 매장된 유정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가이아나가 남미의 부유한 산유국으로 재탄생할 것이란 희망 섞인 전망과 함께, 베네수엘라와의 해묵은 분쟁도 다시 불붙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현재 가이아나가 실효 지배 중인 ‘과야나에세키바’ 지역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가이아나 중동부를 흐르는 에세키보 강 서쪽 지역으로, 가이아나 영토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분쟁의 시작은 베네수엘라와 가이아나가 스페인과 영국의 식민지였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에세키보 강 일대를 두고 국경이 제대로 합의되지 않은 채 1840년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베네수엘라는 당시 영국령 가이아나가 실효 점유하던 이 곳의 영유권을 주장했다. 다툼은 1899년 국제중재법원이 영국령 가이아나의 손을 들어주면서 일단락됐다. 양측은 이 판결을 ‘완전하고 최종적인’ 결정으로 수용하는 데도 동의했다.

베네수엘라가 이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부터다. 이 곳에 막대한 광물과 원유가 매장되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다. 베네수엘라는 당시 중재법원의 판결이 ‘제국주의의 강압적 결정’이라며 무효라 주장, 결국 양국은 1966년 제네바 협정을 체결해 국경 문제를 유엔 사무국에 위임하는 데 합의한다. 그해 가이아나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했고, 베네수엘라-가이아나 간 다툼이 된 이 분쟁은 협정 체결 50년이 지난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다.

2000년대 초 가이아나가 에세키보 기선의 대륙붕 유전을 탐사, 개발하면서 실효 지배를 강화했다. 2015년 거대 유전이 발견되면서 미국의 석유화학기업 엑손모빌과 15만9,000㎢에 달하는 지역에 대한 석유 개발 계약까지 맺었다. 베네수엘라는 거세게 반발했다. 지난해 12월 베네수엘라 해군이 가이아나 근해에서 탐사 작업을 하던 엑손모빌의 시추선을 제지하면서 긴장은 더욱 고조됐다.

한편 이곳은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과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 간 정치적 갈등 과정에서도 논란이 됐다. 지난 9월 마두로 대통령이 “과이도 의장이 베네수엘라 땅을 다국적 기업에 넘기려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과이도 의장이 임명한 영국 대사가 “야권이 에세키보 주권 주장을 버리면 영국으로부터 큰 지지를 얻을 것”이라고 말하는 음성파일을 증거로 내밀었다.

지난해 3월 가이아나는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이 문제를 회부했다. 1899년 당시 중재 판결의 유효성과 법적 구속력을 인정해달라는 것이었다. ICJ의 심리는 내년 3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다. 가이아나가 한 세기 넘게 이어온 영토 분쟁을 끝맺고 남미의 부국으로 올라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미령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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