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성 촬영감독이 회고전을 개최하는 소감을 밝혔다.
정일성 촬영감독은 4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9층 문화홀에서 열린 제 24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회고전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이날 정 감독은 "영화를 시작한 뒤 한 10년쯤 됐을 때, 미국에서 한 촬영감독이 회고전을 한다는 기사를 접했을 때가 생각이 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젊은 나이에 '어쩜 저렇게 평생을 영화 할 수 있을까, 나도 그 나이가 될 때까지 영화를 할 수 있을까? 참 부럽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저도 영화를 한지 어언 60년이 흘렀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그동안 138편을 촬영했지만 그 중 40~50편은 부끄러운 작품들이라고 생각한다. 젊었을 때는 겁 없이 내가 촬영했던 영화를 대표작으로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철딱서니 없었다. 내가 부끄럽게 생각했던 영화들이 내겐 교과서적인 교훈을 남겼다"고 덧붙였다.
또한 정 감독은 "과거를 유추해서 생각해보면 가장 힘들었던 시기가 4.19 혁명, 5.16 군사정변 이후 영화가 사라지던 시절이었다. 그때가 가장 힘들었던 시기"라며 "그럼에도 역사적인 영화가 몇몇이 남았다는 게 자랑스럽기도 하다"고 고백했다.
더불어 그는 “수많은 역사적 사건에 놓이며 영화인으로서 사회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면서 “영화 원동력은 불행했던 근대사다. 이 땅에서 태어나 자라고 고통과 슬픔을 함께 나눈 우리 세대를 통해 영화를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정일성 촬영감독은 지난 1955년 고(故) 김학성 촬영감독의 촬영부로 영화계에 입문했다. 1957년 영화 '가거라 슬픔이여'으로 촬영감독에 데뷔한 뒤, 지난 2007년 개봉한 '천년학'까지 무려 50년간 수많은 한국영화의 중심에 있었다.
올해 부산영화제는 정일성 촬영감독을 한국영화 회고전 주인공으로 선정했다. 그의 대표작 '화녀'(감독 김기영)를 포함해 총 7편을 조명할 예정이다.
부산=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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