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규가 JTBC를 떠나 프리 선언을 한 지 어느덧 6개월째다.
프리 선언 이후 ‘선넘규’ 캐릭터로 전성기를 맞이한 그는 현재 고정 출연 중인 프로그램만 7개, 그야말로 ‘예능 꽃길’을 걷는 중이다.
‘국민 MC’ 유재석도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로 많은 고정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대세를 입증했지만, 사실 그보다 더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장성규의 행보는 따로 있다. 바로 그가 메인으로 출연 중인 유튜브 콘텐츠 ‘워크맨’이다.
당초 JTBC 산하 디지털채널 ‘스튜디오 룰루랄라’ 유튜브 채널에서 출발했던 콘텐츠인 ‘워크맨’은 단독 채널로 운영해달라는 구독자들의 뜨거운 성원에 힘입어 지난 7월 동명의 단독 채널을 오픈했다.
‘워크맨’은 ‘세상 모든 JOB것을 리뷰한다’는 슬로건 하에 장성규가 각종 직종에 도전, 1일 아르바이트 체험을 하는 과정을 담는다. 영화관, 워터파크, 야구장, PC방, 녹즙 배달 등 다양한 직종들의 리얼한 근무환경 리뷰와 장성규와 직원, 손님들의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약 10분 남짓한 분량의 영상의 주 내용이다.
지난 7월 유튜브 단독 채널을 오픈한 ‘워크맨’은 네티즌들의 입소문을 타고 단 35일 만에 100만 구독자를 돌파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채널 오픈 약 2개월 만인 지난 9월에는 200만 구독자를 훌쩍 넘겼다. 10월 4일 현재 기준 워크맨의 구독자 수는 279만 명으로, 이제는 300만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업로드 된 영상 뷰(view) 수 역시 놀랍다. 워크맨 채널의 경우, 메인 콘텐츠인 1일 아르바이트 체험 리뷰 영상은 일주일에 한 편씩 규칙적으로 업로드 되고 있다. 현재 가장 최근 업로드 된 영상은 술집 아르바이트 리뷰 영상으로, 단 6일 전 업로드 됐음에도 불구하고 무려 520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워크맨’에서 가장 인기를 끌었던 ‘에버랜드 아르바이트 리뷰 1편’ 영상의 경우, 지난 달 26일 천만 뷰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당시 장성규는 자신의 SNS에 “우리나라 인구의 20%가 본 거네. 신기하다”라는 내용의 글을 게재하며 자축하기도 했다.
유튜브 내에서의 ‘신드롬급’ 인기에 힘입어 장성규는 지난 8월 유튜브 본사로부터 실버 버튼을, 9월에는 골드 버튼을 각각 수여 받았다. 유튜브 크리에이터 어워즈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인 크리에이터들을 대상으로 유튜브 본사가 지급하는 일종의 리워드다. 실버 버튼의 경우 10만 채널 구독자를, 골드 버튼의 경우 100만 구독자를 달성할 경우 지급된다.
유튜브 시장은 물론 예능 시장까지 주목하게 만들 정도로 역대급 성장세를 기록한 ‘워크맨’의 기세를 내부적으로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워크맨’의 연출을 맡고 있는 고동완 PD는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지금은 이 같은 조회수가 실감나지 않는다”며 “허황된 숫자 같다”는 얼떨떨한 소감을 전했다.
‘워크맨’이 이렇게 큰 사랑을 받을 것을 예상했냐는 질문에 “이럴 줄 알았다고 하면 겸손함이 없는 것 같다”고 손사레를 친 고 PD는 “오랜 시간 차근차근 기다리며 달성한 결과라면 ‘드디어 왔구나’ 싶을 것 같은데, 너무 갑작스럽게 많은 사랑을 받다보니 기대하지도 못한 찰나에 너무 빠르게 올라온 것 같다”며 구독자들에 대한 감사함을 전했다.
최근 유튜브가 차세대 플랫폼으로 자리매김 함에 따라 비연예인을 넘어 톱스타들까지 유튜버 도전을 선언하고 있지만, 좀처럼 성공하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치열한 경쟁 속 ‘워크맨’의 어떤 ‘특별함’이 오늘의 성공을 이끌었던 걸까.
우선,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점은 ‘워크맨’ 특유의 ‘B급 감성’이다. 이른바 ‘저 세상 드립’을 첨가한 ‘B급 감성’이 유튜브를 즐겨 구독하는 젊은 세대들의 취향을 저격한 것이다. 근본을 알 수 없는 말장난 드립부터, ‘선넘규’ 캐릭터를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장성규 만의 선을 넘나드는 수위의 농담은 ‘워크맨’이 빠른 속도로 입소문을 타는 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
여기에 리얼한 아르바이트 체험과 일일 아르바이트생으로 나선 장성규의 적재적소 ‘사이다 발언’ 역시 보는 재미를 더하는 요소다. 실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상사나 업주에게 하지 못했던 속 이야기를 장성규가 ‘드립’으로 소화해 줌으로서 대리만족을 선사한 것이다. 여기에 워터파크, 미용실, PC방, 영화관, 녹즙 배달 등 직종을 가리지 않고 현장을 찾아가 실제 근로자들과 다를 바 없이 일한 뒤 똑같은 시급을 받는 모습은 보는 이들의 공감까지 유발했다.
기획부터 장성규의 캐스팅, 연출까지, 그야말로 ‘워크맨’의 모든 역사를 함께해 오고 있는 고 PD가 꼽은 급성장의 비결 역시 ‘공감’이었다.
고 PD는 “처음 ‘워크맨’을 기획할 당시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했던 세 가지 키워드가 공감, 진정성, 정보였다. 보시는 분들이 공감을 해도 멘트에 대한 진정성을 느끼지 못하면 안 되고, 공감이 있다고 해서 재미가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정보가 있고, 추가적인 볼거리가 있어야 보실 거라 생각했다”며 “기존에도 직업체험 콘텐츠는 워낙 많았는데, 그들과 달랐던 건 ‘워크맨’의 경우 TV 촬영을 한다는 느낌 대신 최대한 시청자들과의 눈높이를 맞추며 그들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장)성규 형이 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공감을 해주시고, 입소문을 내주시면서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유튜브 채널의 역대급 인기는 장성규에게도 더 없이 좋은 기회의 장이 됐다. 지난 4월 JTBC 아나운서직을 내려놓고 프리랜서를 선언한 장성규는 현재 예능계 블루칩으로 종횡무진 활약 중이다.
‘워크맨’에서 구축한 ‘선넘규’라는 독보적인 캐릭터는 장성규에게 둘도 없는 무기가 됐다. 예능에서 캐릭터 구축은 성공 여부를 가르는 핵심이다. 이미 프리랜서 선언 직전 유튜브를 통해 ‘선넘규’라는 자신만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던 장성규는 이를 타 예능에서도 영리하게 활용하며 자연스럽게 TV 예능 시장에도 스며드는 데 성공했다.
유튜브를 통해 쌓은 절대적 인지도 역시 밀려드는 예능 러브콜에 있어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을 미쳤다. 천만 뷰 돌파, 구독자수 300만을 목전에 두고 있는 ‘워크맨’을 통해 1020세대의 ‘대세’로 떠오른 장성규에 대한 예능계의 호감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고 PD는 “장성규 씨와 처음 ‘워크맨’을 함께 시작했던 이유는 그의 ‘병맛’이 재미있었기 때문이었다”고 너스레를 떤 뒤 “다만 그의 방송에서 보여주려는 ‘과함’이 불편했다. 그래서 처음부터 ‘워크맨’의 컨셉은 무조건 ‘자연스러운, 리얼한 장성규의 모습’이었다. 덕분에 다른 프로그램에서 보여주지 않은 장성규의 리얼리티를 ‘워크맨’을 통해 보여드릴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방송인으로서 장성규의 가장 큰 매력은 솔직함이다. 사실 첫 녹화 때는 그런 매력을 잘 몰랐는데, 촬영을 하면 할수록 그런 솔직한 매력이 느껴지더라. 방송에서는 가끔 선을 넘는 것 같은 농담을 할 때도 있지만 촬영이 끝나고 나면 일일이 다 사과를 하더라. 그게 너무 인간적이고, 그렇게 하다 보니 밉지만 밉지 않은 사람이다”라고 덧붙여 칭찬했다.
2개월 만의 골드 버튼, 천만 뷰 돌파. 예상보다 빠른 시간 내에 많은 성과를 이뤄낸 ‘워크맨’이다. 이제 궁금한 것은, 이들이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채널과 콘텐츠의 방향성이다. 고동완 PD가 단독 인터뷰를 통해 처음으로 밝힌 ‘워크맨’의 향후 계획은 ‘여성, 혹은 패널 추가를 통한 콘텐츠의 확장’이었다. 이 같은 계획은 이르면 내년쯤 콘텐츠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워크맨’의 확장성을 고민하고 있어요. (장)성규 형이 계속 메인을 맡되 추가로 여성분이나 어린 캐릭터를 투입하는 방향도 고민 중이에요. 예를 들어 여자가 경험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가 있잖아요. 그런 부분들에 대한 확장성을 고민하다 보니 추가적으로 캐릭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나 혼자 산다’ 같은 느낌처럼 연예인들이 패널로 등장해 직업체험을 대신 해 주는 방식으로 확장할 수도 있을 것 같고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보려고 해요. 다만 이미 유명한 분들과는 협업을 하지 않으려고 해요. 다른 TV 채널과 마찬가지로 ‘워크맨’ 역시 홍보가 목적이 되는 채널로 가게 되면 부정적인 여론이 모이기 마련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진정성을 높일 수 있도록 최대한 무명이신 분들과 함께 하고자 생각 중이에요. 그렇게 ‘제 2의 워크맨’ ‘제 3의 워크맨’으로 나아가는 게 목표인데, 아직 시도에 대한 두려움이 있긴 해요. 그래서 조금 더 공부하고 내년쯤에 도전을 해볼까 계획 중이에요. 수치적으로는 목표를 크게 잡아서 다이아 버튼까지 가는 게 목표고요.(웃음)”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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