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에세이
부희령 지음
사월의책 발행ㆍ366쪽ㆍ1만6,000원
신문의 칼럼은 저자로서는 퍽 쓰기가 난감한 에세이다. 원고지 7장의 빡빡한 신문 지면의 원고 매수 안에 기승전결과 교훈과 감동을 한데 담아내야 하는데다, 사적인 얘기로 낭비하기엔 ‘신문’이라는 매체의 공적 특성도 무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칼럼이란 무엇보다 세상을 향해 걸어나가야 하는 에세이이고, 현장을 주름잡은 민완 기자나 불세출의 소설가라도 일필휘지에 쓰기 쉽지 않은 장르다.
‘무정에세이’는 이 어려운 일을 한국일보를 비롯한 각종 지면에서 5년 가까이 해낸 저자의 글 96편을 묶은 결과물이다. 2001년 등단, 2012년 소설집 이후 7년만에 독자들에게 선보이는 첫 산문집이다.
시간적으로는 작가의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 공간적으로는 강원도 깊은 시골에서부터 먼 이국 땅까지 아우른다. 그 시간과 공간을 두루 살피면서,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삶의 이면과 아름다움을 발견해내고 이를 정갈한 문장으로 써내려 간다. 짧은 글 안에 담긴 통찰과 글맛에 취하다 보면 신문의 칼럼란이 이토록 소중한 지면이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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