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미탁 영향으로 부산 산사태 사고현장, ‘지형’마저 바꿔
계곡 역할 저지대 있던 주택 등 덮쳐
산 정상 예비군훈련장이 원인 제공?

“‘꽝’하는 소리와 함께 엄청난 토사가 산 정상 쪽에서 아래로 밀려 내려와 순식간에 주택 등을 덮쳤습니다.”
3일 오전 9시5분쯤 부산 사하구 구평동 한 야산에서 산사태가 발생, 주택과 식당 등을 덮쳐 식당 주인 배모(68ㆍ여)씨와 주택에 있던 권모(75)씨, 아내 성모(70)씨, 아들(48) 등 일가족 3명 등 모두 4명이 매몰돼 2명이 숨졌다. 태풍 ‘미탁’의 영향으로 2일부터 사고현장이 있는 사하구 일대는 120mm의 비가 내려 지반이 약해질 대로 약해진 상황이었다.
당시 현장에 있던 김철수(63)씨는 “직원 2명과 작업을 하던 중 쇠 긁는 소리가 나서 문을 열어보니 시커먼 토사와 함께 컨테이너박스가 떠밀려 내려와 직원과 함께 급하게 대피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사고 현장은 산정상으로부터 500m가량 시커먼 토사가 밀려와 일대 지형이 바뀔 정도여서 계곡 지형의 저지대에 있던 주택 등은 지붕 일부만 드러낸 채 토사에 파묻혔다.
경찰은 매몰자들의 휴대전화 위치 정보를 수색한 결과, 매몰된 장소 주변으로 뜨고 있으나 통화는 연결되지 않았다.

소방당국과 군부대 등 600여명과 중장비 등이 구조작업에 나서 사고 7시간 만인 이날 오후 4시쯤 매몰된 식당 주변에서 배씨를 발견, 병원으로 옮겼으나 ‘압착성 질식사’로 숨졌다. 2시간 후인 오후 6시쯤 일가족 중 권모(75)씨도 발견했지만 숨진 상태였다.
부산소방본부 관계자는 “매몰자들은 토사 1∼2m 아래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토사를 모두 걷어내야 구조가 가능할 것”이라면서 “매몰자들의 생환을 기대하면서 구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산사태가 발생한 야산 정상에 사하구예비군훈련장이 있었던 점으로 미뤄 예비군훈련장 조성과정 등 일련의 개발행위가 폭우로 약화된 지반을 자극해 산사태 발생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사고원인 조사에 나섰다
부산=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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