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대표는 태풍 재난대책회의 열며 한국당과 차별 행보
집회 분위기 지켜본 청와대는 공식 반응 내놓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은 3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등 보수진영의 대규모 집회에 대해 “태풍 ‘미탁’으로 6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되었다는 비보가 들려왔지만, 광화문 광장에서는 온갖 가짜뉴스와 공허한 정치선동 만이 난무했다”며 한국당을 향해 강한 비판을 가했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태풍 피해에 국민들이 상심해 있는 데도 정치색이 강한 집회를 여는데 여념이 없었다며 보수진영을 겨냥한 뒤 “한국당이 그 중심에 있었다”며 “특히, 자녀와 관련한 여러 가지 의혹으로 곤경에 처한 나경원 원내대표는 군중의 숫자에 고무됐는지 최근 발언 중 가장 황당무계한 것들을 쏟아냈다”고 지적했다. 나 원내대표가 집회 과정에서 개천절이라는 것을 상기시키며 문재인 정권을 ‘단군 이래 최악의 정권’이라고 발언한 것을 거론한 것이다. 이 대변인은 “광장의 군중들 앞에 선 정치지도자들은 언행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사실과 상황을 호도하여 정치적 이득만을 노리면 대의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제 발등 찍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뿐”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은 특히 태풍 피해가 큰데도 한국당이 민생을 돌보지 않고 집회를 선동했다는 점을 꼬집었다. 민주당은 이날 이해찬 당 대표 주재 하에 예정에 없던 태풍 재난대책회의를 열기도 했다. 태풍 피해가 컸던 탓이지만, 한국당 지도부의 행보와 다른 점을 강조하기 위한 차원으로도 읽힌다. 이 대표는 “지금 야당이 할 일은 동원집회가 아니라 태풍 피해 대책 마련과 이재민 보호”라며 “이런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제1야당은 정쟁을 위해 동원집회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논평에서 “한국당의 정치적 기반인 대구를 비롯한 영남지역에 피해가 집중됐다. 태풍 ‘링링’이 할퀴고 간 상처가 아물지도 않은 지역”이라며 “민생정당의 지도부라면 집회를 연기하고 피해현장으로 달려갔어야 했다. 피해 상황을 챙기고, 당원들과 팔 걷고 자원봉사라도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박 원내대변인 또 “한국당이 전국적 총동원령을 내려 만든 집회, 우리공화당의 태극기 집회, 수구적 종교정치 세력의 창당준비집회가 뒤섞여 정체성과 주의ㆍ주장에 혼돈만이 가득했다”며 서초동 촛불집회와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보수 진영의 대규모 집회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공식 반응은 내놓지 않았다. 청와대는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인근에서 열린 '검찰개혁 촛불집회' 당시에도 공식적인 논평은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추후 '조국 사퇴'를 주장한 보수 진영의 대규모 집회에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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