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경찰관들이 20년 만에 최대 장외 집회에 나섰다. 열악한 처우에 더해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 출범 이후 사회적 냉대가 가중되면서 존중 받을 권리를 지키고 싶다며 제복을 벗어 던진 것이다.
2일(현지시간) 보도전문채널 프랑스24에 따르면 이날 파리 바스티유광장에서 레퓌블리크광장으로 이어지는 도심 거리는 2만7,000여명의 경찰관들로 가득 메워졌다. ‘분노의 행진’으로 명명된 시위에는 2001년 이후 가장 많은 인원이 참여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법질서 관리책임자인 경찰관들을 거리로 불러 낸 1차 원인은 살인적인 노동조건에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연금개혁 등 마크롱 정부의 우향우 복지정책에 항의하는 이른바 ‘노란 조끼’ 시위가 주말마다 이어지면서 경찰의 피로도는 극에 달했다. 불과 2주일 전에도 프랑스노동총동맹(CGT) 주도로 전국에서 150만명이 참여하는 연금개혁 반대 집회가 열려 파리의 교통이 마비될 정도였다. 여기에 프랑스 국립경찰은 미국처럼 일상적인 순찰 업무를 하지 않고 시위 진압과 갈등 중재를 전담해 스트레스가 훨씬 크다. 한 참가자는 미 일간 뉴욕타임스에 “이 도시 저 도시를 옮겨 다니며 폭력과 맞서는 데 지쳤다”고 푸념했다.
갈수록 경찰을 곱지 않게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이들에게 더 큰 좌절을 안겨 준다. 경찰노조 간부인 에릭 프레몽은 “이 나라의 어느 부모도 자녀에게 ‘경찰이 돼라’고 권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저 존중받기를 원할 뿐”이라고 말했다. 낮아진 사회인식 탓에 올해만 벌써 50여명의 경찰관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정부 차원의 지원은 전무한 상황이다. 이날 시위에서는 죽은 동료들을 기리는 모형 관이 등장하기도 했다.
경찰의 집단행동이 가열될 조짐을 보이자 프랑스 정부도 급히 달래기에 나섰다. 크리스토프 카스타네르 내무장관은 이날 의회에서 “경찰이 수년째 예산 삭감으로 고통 받고 있다”면서 임금 인상과 충원을 약속했다. 또 새 연금제도가 시행될 경우 경찰관도 수령액이 줄어드는 점을 감안해 퇴직연금 설계 시 직업적 특성을 반영할 계획이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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