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에 추가 메시지 없이 실무 협상에 말 아끼며 신중 모드
수출제재 유예ㆍ잠정 핵동결 등 美 언론 다양한 시나리오 거론
미국과의 실무 협상에 나서는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3일 협상 장소인 스톡홀름으로 가는 도중 ‘미국으로부터 새로운 신호가 있었다’고 말해 5일 실무협상 자리에서 미국측이 비핵화와 관련해 어떤 새로운 카드를 꺼낼지 관심이 집중된다.
일단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북한과의 실무 협상에 대해 최대한 말을 아끼며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에도 대북 협상판은 깨지 않겠다는 기조지만, 북한과의 협상 결과를 장담할 수 없고 미 의회에서는 강경론이 대두되고 있어 외관상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북미 실무 협상의 미국 측 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2일(현지시간) 워싱턴 DC주미대사관저에서 열린 국군의날 및 개천절 기념 행사에 참석해 5분의 축사를 했으나 실무 협상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는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북과 협상에 나서기 앞서 ‘포커 페이스’를 유지한 것이다.
비건 대표는 다만 축사에서 최근 조윤제 대사와 점심 식사를 하며 조선 등 한국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했다며 “오늘 우리는 한국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기 위해 한국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면서 “한국민들에게 항구적이고 지속적인 평화를 가져오기 위한 위대한 외교적 이니셔티브에 착수했다”고 말해 비핵화 협상에 대한 각오를 짧게 내비쳤다. 그는 이어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강조하고 곧 이임하는 조 대사에 대한 덕담 등으로 건배를 제의하면서 축사를 마무리했다. 행간을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실무 협상에서 진전을 이룰 실마리를 보인 듯한 발언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비건 대표는 그러나 ‘실무 협상을 위해 스웨덴으로 가느냐’ 등 취재진의 쏟아진 질문에는 일절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질문이 계속되자 “한국 사람들과 일하는 것은 나의 경력에 있어 대단한 기쁨 중 하나”라며 “일하러 가야 한다”고만 말했다. 국무부도 전날 북한의 SLBM 발사에 대해 도발을 자제하고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인 협상에 전념할 것을 촉구한다는 성명을 내놓은 후 추가적인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비건 대표도 조만간 스웨덴으로 향할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은 이를 공개 발표하지 않은 채 로키 행보를 이어간 것이다. 외교 소식통은 “실무 협상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부담 때문에 침묵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3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이 대화하길 원하며 미국도 그들과 대화할 것”이라고 밝혀 북한의 SLBM 발사에도 북한과의 실무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행정부 내에서는 북한과의 협상을 앞두고 다양한 협상 방안들이 논의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인터넷 매체 복스는 이날 “영변 핵 시설을 검증 가능하게 해체하고 우라늄 농축 중단 등 또 다른 조치를 취하는 대가로 미국이 북한의 석탄 섬유 수출 제재를 36개월간 유예하는 방안을 제안할 계획”이라고 2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복스는 북한이 이런 제안을 받아들일지는 불분명하다면서, 미국 협상팀이 이를 협상의 시작점으로 삼아 북한의 반응을 볼 수 있고 협상 개시 전에 제안을 바꿀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7월에도 이와 비슷한 방안이 보도됐으나 당시 국무부는 잘못된 보도라고 부인한 바 있다. 이 방안에는 미 행정부 및 워싱턴 외교가에서 무게를 둬왔던 비핵화 최종 상태에 대한 정의와 로드맵 합의는 빠져 있다. 아울러 뉴욕타임스는 “미국 관리들이 막후에서 단계적 접근을 포함한 새로운 제안을 내놓으려고 애쓰고 있다”며 ‘잠정 핵동결’을 탐색되는 아이디어 중 하나로 거론했다. 미국 협상팀은 지난 2월 하노이 회담 때도 영변 외 모든 핵 연료 생산 시설의 동결을 목표로 잡았으나 북한이 영변만 협상 테이블에 올리면서 실패로 돌아갔다. 미국 내에서 거론되는 이러한 미국의 제안들이 김 대사가 말한 ‘새로운 신호’ 가운데 하나일지 확인할 수 없지만 협상에 앞서 양측이 사전교감을 이룬 카드가 존재할 경우 대화 결과에 대한 기대감은 커질 수 있다.
미국 의회에서는 북한의 SLBM 발사로 강경론도 대두되고 있다. 미 상원 외교위 동아태 소위원장인 코리 가드너 공화당 의원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북한은 미국민의 안전에 분명하고 실재하는 위협으로 남아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면서 “우리는 최대 압박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상원 군사위원회 소속 릭 스콧 공화당 의원도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북한과의 협상에서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한 점을 비판하면서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멈추기 위해 최대한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유엔은 2일 북한의 SLBM 발사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스테판 두자릭 대변인은 미 뉴욕 유엔본부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북한의 발사는 극도로 매우 우려된다”라며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안보리 결의의 또 다른 위반”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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