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무용가 최보결ㆍ페레 파우라
6일 토월극장서 비전문가들과 공연
춤은 몸과 마음의 언어다. 몸으로 추지만 동력은 마음에서 나온다. 이성도, 논리도, 배제된 영혼의 날갯짓이다. 그렇다면 춤은 전문가의 전유물이 아니다. 몸도, 마음도, 누구에게나 있으니까.
한국과 스페인의 현대무용가 두 사람이 이걸 증명해 보이는 무대를 만들었다. 최보결 ‘최보결의 춤의 학교(춤의 학교)’ 대표와 페레 파우라다. 이들은 20일까지 열리는 2019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 기간인 6일 오후 3시부터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천 개의 손, 천 개의 발’ 공연을 함께 꾸민다. 최 대표가 이끄는 1부 ‘소울 오브 피스(Soul of peace): 대지의 선물’과 파우라가 기획한 2부 ‘스윗 피버(Sweet fever)’이다.
두 공연 모두 일반인들이 함께하는 ‘커뮤니티 댄스’ 무대다. 최 대표의 작품에선 40명, 파우라의 무대에선 61명이다. 사전 신청을 받아 추린 이들이다. 무용학과 학생들도 일부 있지만, 대다수는 공연이 처음인 이들이다. 심지어 춤이란 걸 처음 춰 보는 이들이 다섯 명 중 한 명꼴이라고 한다. 전문 무용가들도 쉽게 오르지 못하는 토월극장에서 이게 무슨 일인가.
◇몸으로 하는 질문, ‘나는 누구인가’
공연 준비에 한창인 2일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 있는 춤의 학교 연습실에서 만난 최 대표와 파우라는 “춤은 곧 몸으로 하는 소통이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춤을 추는 데는 무슨 특별한 재능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미다. 최 대표는 한발 더 나아가 “엉거주춤도 춤”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특히 춤이 지닌 치유의 힘에 집중해 온 무용가다. 그가 춤의 본질로 돌아가는 실험을 하게 된 계기가 있다. 언젠가부터 자신이 춤을 추는 게 아니라 싸우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는 거다. “테크닉과 겨루는 거죠. 그건 내 예술 세계를 표현하는 도구일 뿐인데도 어느새 테크닉을 연마하고 달성하는 게 목표가 되어 있더라고요.” 잘 추고 싶은 욕구 때문에 그의 몸은 늘 긴장했고 움츠러들었다. “내가 삶도 그런 자세로 살고 있더라고요. 즐기는 게 아니라 늘 긴장하고 애쓰고 이기려고 했죠.”
기술 요소가 아닌 표현에 눈을 돌린 게 그래서다. “안내만 해 준다면, 테크닉을 모르는 일반인들이 자신을 더 잘 드러낸다는 걸 알게 됐어요.” 2012년 무용수 네 명과 일반인 네 명이 함께 오르는 공연 ‘춤추는 논객’을 무대에 올렸다. 이어 2016년엔 춤의 학교를 만들어 본격적으로 춤의 효능을 전파하는 데 나섰다. “몸의 메커니즘을 경험하게 해요. 감정은 어디서 일어나나, 감정이란 건 뭔가, 그럼 표현은 또 뭔가 하는 데서부터 시작하죠. 그건 바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에요. 머리가 아닌 몸으로 하는 철학이죠.”
◇“함께 추는 춤은 평화의 시작”
최 대표의 ‘소울 오브 피스’ 무대는 평화의 느낌을 표현하는 몸짓으로 이어진다. 천천히 걸으며 팔로 무언가를 초대하는 듯한 움직임을 하기도 하고 감사하다는 표정으로 만끽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어지는 파우라의 ‘스윗 피버’에선 간단한 디스코 동작이 반복된다. 시간이 흐를수록 디스코에 변주가 더해지고 흥이 고조된다. 배경으로는 전쟁, 난민, 먹거리, 환경 문제를 상징하는 영상이 흐른다. 이번 한국 공연에서는 국정농단 시기의 촛불집회 영상도 추가될 예정이다. 5년 전부터 바르셀로나, 암스테르담, 베를린 등 유럽 각국을 돌며 공연을 했다. 2017년 파우라의 암스테르담 공연을 최 대표가 보고 초청하게 됐다. 아시아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왜 수십 명이 함께 추는 춤으로 기획한 걸까. 파우라는 “함께 춤을 추면 공동체의 영적 장이 형성되며, 그 과정에서 평화를 느끼게 된다”며 “춤은 언어와는 다른 차원의 소통을 가능하게 해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가 소재로 디스코를 가져온 것도 “훈련되지 않은 보통의 사람들이 언어나 이성을 배제하고 육체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행위”라고 생각해서다. 최 대표 역시 “공동체의 춤은 서로의 에너지가 연결되고 증폭돼 치유력을 지닌다”며 “춤은 평화의 단말”이라고 말했다. “싸움과 전쟁은 이성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춤으로 풀리기를 바란다. 뭐가? 최 대표의 말이다. “몸이 풀리면 마음이 풀리고 마음이 풀리면 삶이 풀리니까요.”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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