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이 지난해 수준을 회복하면서 역대 가장 강력한 부동산 규제로 평가 받았던 9ㆍ13 대책이 1년여 만에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저금리 기조에 유동자금이 부동산시장에 흘러들어간 데다, 추가 대책을 놓고 갈팡질팡한 정부의 미숙한 정책 운용이 정책효과를 반감시켰다고 지적한다.
3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종합주택(아파트ㆍ단독ㆍ연립다세대)의 지난달 매매가격(9일 기준)은 지난해 9ㆍ13 부동산 대책 시행 직전(같은 달 10일) 대비 0.20% 올랐다. 초강력 주택대출 규제, 다주택자 종합부동산세 중과, 3기 신도시 공급 등 세금ㆍ대출ㆍ공급 방안을 망라해 부동산 규제의 ‘끝판왕’으로 불렸던 9ㆍ13 대책의 ‘약발’이 다한 셈이다.
이 기간 서울 집값은 강남4구(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구)만 1.37% 하락하며 약세를 기록했을 뿐 전반적으로 전년보다 올랐다. 특히 강북 14개 자치구는 같은 기간 평균 0.95% 올랐는데, 이를 두고 강남4구를 타깃으로 삼은 정부 정책이 강북 지역의 상승세를 부추기는 ‘풍선효과’를 일으켰다는 해석이 나온다.
주택 유형별로 보면 단독주택이 지난 1년간 5.44% 오르며 서울 집값 상승세를 견인했다. 최근 5년 단독주택 가격 평균 상승률(2.54%)의 2배 이상으로, 지난해 아파트값 급등에 저금리, 재개발ㆍ재건축 정비사업 등 개발 호재가 겹친 것이 요인으로 꼽힌다.
9ㆍ13 대책이 시행 1년여 만에 시장의 힘 앞에 역부족을 드러낸 배경으로는 저금리 기조가 먼저 꼽힌다. 금융상품의 낮은 수익률과 경제적 불확실성 확대에 시중에 넘치는 부동자금이 부동산시장으로 모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금리가 더 인하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강력한 부동산대출 규제 속에서도 가수요를 만들어 내고 있는 형국이다.
정책 운용 실패를 꼽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특히 민간택지 내 분양가 상한제는 국토부가 9ㆍ13 대책 이후 꺼낸 회심의 카드였지만 시행도 전에 ‘역풍’을 맞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 확대가 공급 부족을 일으킬 수 있다는 불안심리가 시장에 커지면서, 다소 잠잠해진 듯 보였던 집값이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상승세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주택 거래량이 예년 수준에 한참 모자라는데도 가격이 강세인 것은 결국 새롭게 추가된 규제로 인해 새집의 ‘희소성’이 부각된 영향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처간 엇박자도 9ㆍ13 대책 약발을 떨어트리는데 한몫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분양가 상한제 시행에 대해 부처간 이견이 표출되면서 이를 오히려 투자 기회로 여긴 수요자를 늘렸다는 것이다. 지난 2일 국정감사에서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언제라도 분양가 상한제 대상 지역을 지정하겠다”는 강경 입장을 밝힌 반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분양가 상한제는 부작용이 없지 않고 건설 물량을 위축시킬 가능성도 있다”며 미온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전문가들은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재건축ㆍ재개발 단지에 대해 상한제 적용을 6개월간 유예하는 정부 결정까지 나온 터라 당분간 서울 집값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공급 부족 우려로 신축 아파트로 수요가 몰리는 상황에서 하반기 추가 금리 인하도 예정돼 있어 서울 집값이 쉽게 빠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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