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조사 압박에 “헛소리” 격노
기자 향해서도 “무례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을 향한 탄핵 움직임을 향해 격한 분노를 쏟아냈다. 정적(政敵)을 향한 적대감을 과거에도 자주 드러내 왔지만, 이번 탄핵 정국 속 트럼프 대통령의 언행은 훨씬 더 거칠고 노골적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2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를 벌이고 있는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통화(7월25일) 관련 문서를 확보하기 위해 백악관에 소환장을 보내겠다고 밝혔다. 일라이자 커밍스 하원 정부감독개혁위원장은 소속 의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백악관이 여러 차례 (조사 협조) 요청을 무시했기 때문에 조치가 필요하다”며 “(백악관에) 7월 통화에 대한 서류 13건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조사를 주도하는 민주당 소속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도 이날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과 기자회견을 열고 백악관이 탄핵 조사에 비협조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우리는 여기에서 장난하고 있는 게 아니다. 조사에 개입하려는 트럼프의 어떤 노력도 방해의 증거가 될 수 있는 동시에 탄핵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을 향해 “헛소리(bullshit)”라고 맹비난했다. CNN에 따르면, 이날 워싱턴의 백악관에서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전후 공개발언에서 시프 위원장에 대해 “하류 인생”이라며 “그의 행동을 반역죄로 간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통화에 대해 “완벽한 통화였다. ‘퀴드 프로 쿼(quid pro quoㆍ보상 또는 대가로 주는 것)는 없었다”며 거듭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수사를 종용했다는 의혹을 부인하며 “(탄핵 조사는) 거짓말이다. 나의 재선을 막기 위한 움직임이며 미국민들에 대한 범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언론을 향해서도 적대감을 드러냈다. 우크라이나 의혹에 대한 질문이 거듭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옆자리 니니스퇴 대통령을 가리키며 “핀란드 대통령이 있다. 그에게 질문하라”고 했다. 한 기자가 “추가 질문”이라며 거듭 답변을 요청하자, 그는 “내 말을 들었냐? 무례하게 굴지 마라”고 말하며 쏘아봤다. 민주당의 소환장 발부에 대해선 “펠로시는 소환장을 마치 쿠키처럼 나눠준다. 소환장을 원하나? 여기 있다. 가져가라”며 비꼬았다. CNN은 “로버트 뮬러 특검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 당시 트럼프는 최소한 ‘정상적 대통령의 모습’을 보이려 했다”며 “반면 지금은 그런 노력조차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임기 내내 그를 괴롭혔던 러시아 스캔들 당시보다 우크라이나 의혹에 시달리는 최근 그의 분노가 크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반응에 펠로시 의장은 ABC 방송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이 겁을 먹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탄핵 조사가 기쁘지 않다면서도 그렇다고 “대충 조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지난 5월 젤렌스키 대통령 취임식 불참을 지시했다”고 3일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바이든 전 부통령 관련 의혹에 대한 조사에 나서게끔 압박하는 데 펜스 부통령을 이용했다는 얘기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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