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구시장 일대 또 침수, 주민들 “철길둑이 피해 키웠다” 주장
3일 낮 12시 경북 영덕군 강구면 오포리 강구시장은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지난해 ‘콩레이’에 이어 올해 ‘미탁’까지 2년째 태풍이 물폭탄을 쏟으면서 시장은 흙탕물로 넘쳐났다. 주민들은 끼니도 거른 채 방안까지 밀고 들어온 흙탕물과 씨름하고 있었다. 김건국(51)씨는 “1년전 태풍 콩레이가 닥쳤을 때는 집 뒤쪽 담이 무너졌는데 이번에는 앞쪽이 무너졌고 오토바이까지 부서진 담에 깔려 망가졌다”며 “집안 물건도 1년 전과 똑같이 잠겨 막막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영덕 강구시장이 2년째 태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시장 입구에 커다란 배수펌프가 설치됐지만 쏟아지는 폭우를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강구면에는 18호 태풍 ‘미탁’ 영향으로 2일 오후부터 3일 새벽까지 326.5㎜의 비가 쏟아졌다. 이 비로 지대가 낮은 강구시장은 70㎝에서 성인 남성 가슴 높이인 120㎝까지 물이 차 올랐다.
영덕에서는 2일 오후 9시10분 시간당 최대 38㎜에 이르는 집중호우가 쏟아지자 대피령이 내려졌다. 건물 밖으로 몸을 피한 주민들은 1년 전 태풍 ‘콩레이’때 악몽을 떠올리며 발을 동동 굴렀다.
비가 그치고 현장을 본 주민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상가와 집마다 가재도구가 물에 떠내려가거나 흙탕물에 젖어 못쓰게 됐다. 가전제품은 물론 장판과 벽지도 물에 젖어 망가졌고, 방바닥에 설치한 보일러까지 엉망진창이 됐다.
시장 입구 한 마트 직원은 “장사는커녕 오늘 안에 망가진 물건을 다 치울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며 “물난리를 2년 연달아 겪으니 뭐라 말도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생선가게 수족관에는 바닷물 대신 흙탕물이 들어차 있었다. 강구면 일대 도로는 진흙으로 뒤덮여 갯벌을 연상케 했다. 강구중과 강구정보고도 물에 잠겨 종일 배수펌프를 가동해야 했고 인근에 사는 학생들까지 나와 집기 정리를 하는 교직원을 돕고 있었다.
주민들은 지난해 초 동해선이 개통하면서 둑처럼 생긴 강구역과 철길 때문에 침수 피해가 컸다고 주장했다. 강구역과 동해선 철길은 강구시장에서 직선으로 남서쪽 약 870m 떨어진 화전리 들판 중간에 있다. 높이는 약 10m, 길이는 약 340m로 산과 산 사이를 잇는 형태다. 철길 중간에 도로와 하천이 흐르는 30m구간만 뚫려 있다.
주민들은 폭우가 쏟아질 때 철길둑이 댐과 같은 역할을 해 빗물이 집중되고 철길 중간에 뚫려 있는 좁은 30m의 마을 길을 타고 한꺼번에 쏟아져 저지대인 강구시장 일대를 덮쳤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지난해 강구역 건설 때 과거 100년간 홍수위를 고려해 물흐름에 문제가 없도록 건설한 만큼 침수와 무관하다고 밝힌 바 있다.
영덕에는 태풍 ‘미탁’으로 많은 비가 내리면서 3일 병곡면과 영해면 사이 송천에 놓인 다리 송천교의 중간 상판이 내려앉았다. 또 옛 송천교는 유실되는 등 남쪽 지역인 강구면 외에도 북쪽 지역인 영해면과 병곡면에도 산사태와 침수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영덕=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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