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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표류어선 구조요청에 중국 “돈 내라”…베트남 부글부글

입력
2019.10.03 15:39
수정
2019.10.03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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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확산 반중 감정 부추겨…베트남 정부는 언급 회피

기관 고장으로 남중국해에서 표류하던 베트남 어선. 탄닌 캡처
기관 고장으로 남중국해에서 표류하던 베트남 어선. 탄닌 캡처

남중국해에서 표류하던 베트남 어선의 요청으로 현장에 출동한 중국 선박이 구조 조건으로 돈을 요구한 사실이 알려져 베트남 국민들이 격분하고 있다.

3일 베트남 일간 탄닌과 VTC방송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중부 꽝남성 국경수비대는 지난달 25일 오후 9시 베트남 어선 한 척이 남중국해 파라셀 군도 인근에서 기관 고장으로 표류하고 있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지난달 23일 출항한 해당 선박에는 선주를 포함, 모두 12명의 어부들이 승선해 있었다.

중국 측은 베트남 외교부의 도움 요청에 같은 달 29일 인근 해역을 운항 중이던 자국 선박 한 척을 현장에 보냈다. 그러나 사건 나흘 만에 도착한 이 중국 선박은 현장을 둘러본 뒤 별다른 구조 활동 없이 해당 해역을 떠났다.

탄닌은 “이 중국 선박은 어선의 상태가 어부들의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관련 사실을 베트남 정부 측에 통보만 했다”면서 “표류하고 있던 선박을 도와줄 경우 돈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남중국해 내 중국 선박의 탐사활동 등으로 가뜩이나 격앙돼 있던 베트남 국민들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호찌민의 한 한국기업 재무팀에 근무하는 응우옌 티 히엡(27)씨는 “길을 가다 넘어진 사람을 봐도 일으켜 세워주는 게 인지상정 아니냐”며 “그곳까지 와서 다시 돌아간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더욱 격렬하다. 한 시민은 “베트남과 중국은 친구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고 평했다.

관련 소식이 페이스북 등을 통해 확산하며 반중 감정을 끌어올리고 있는 가운데, 베트남 정부는 ‘로키’로 대응했다. 레 티 투 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오후 가진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 1일 당국이 근처 다른 베트남 선박에게 고장 어선에 대한 모항 복귀 지원을 요청했다”고만 밝힐 뿐, 중국 선박 행위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했다.

베트남 당국의 요청을 받은 어선은 1일 오후 6시쯤 현장에 도착, 고장 선박과 함께 뭍으로 이동 중이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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