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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뉴턴과 아인슈타인, 그리고 버블

입력
2019.10.03 18:00
수정
2019.10.04 10:1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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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서울에서 매매된 아파트 중 실거래가가 3.3㎡당 1억원짜리가 등장했다. 연합뉴스
올해 서울에서 매매된 아파트 중 실거래가가 3.3㎡당 1억원짜리가 등장했다. 연합뉴스

중세시대 이탈리아 도시 국가의 해운회사들은 회원조직을 만들어 스스로 콤파니(compagnie)라고 불렀다. 라틴어에서 ‘함께’라는 뜻의 ‘com’과 ‘빵’이라는 의미의 ‘panis’의 합성어로 ‘함께 식사를 한다’, 곧 ‘한솥밥을 먹는다’는 뜻이 된다. 영어에서 회사 혹은 기업이라는 의미의 ‘company’는 여기서 나왔다. 당시 콤파니는 회원들이 이익과 손실을 분담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었다. 십자군 전쟁 등에 참여하거나 미지의 대륙 탐험을 위해 선박을 출항시킬 때 병사와 선원, 선박 등의 손실위험을 회원들에게 분산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 이렇게 구성된 콤파니는 근대 기업이 탄생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법인(法人ㆍlegal person)으로 성장하면서 주식회사라는 개념, 투자자들의 책임 한계를 투자 금액 이내로 한정하는 유한책임제도 등이 도입됐다. 법인 개념의 정착으로 투자자를 끌어 모으기가 쉬워지면서 기업 설립도 한층 수월해졌다. 영국 동인도회사가 대표적 법인체다. 이 회사는 각종 독점권을 행사하면서 인수합병으로 몸집을 키웠다. 인도에서는 영국의 제국주의 앞잡이 역할을 했고, 중국과의 아편전쟁에서 정부의 경영대리인 역할도 맡아 비판을 받았다.

□ 당시 지식인들은 “법인은 수치를 느끼지 않으며 후회하지도 않고, 자비를 베풀 줄도 모르며 선행도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17세기 영국에서는 동인도회사 성공 등에 영향을 받아 주식회사 설립 붐이 일어났다. 우리나라 외환위기 이후 벤처기업 설립 붐이 일어난 과정과 유사하다. “홍해 바다의 물을 빼내 모세를 좇던 파라오의 군대가 갖고 있던 보물과 유물을 발굴하겠다”는 황당한 아이디어에도 투자자들이 엄청 몰렸다. (‘경영의 세계사’, 이재규) 러시아 ‘돈스코이 호’를 보물선이라며 사기행각을 벌인 사건과 진배없다.

□ 아이작 뉴턴과 알베르트 아인슈타인도 투자에는 실패했다. 뉴턴은 주식투자로, 아인슈타인은 노벨상 상금 4분의 3을 장기채권에 투자했으나 대공황으로 큰 손해를 봤다. 뉴턴은 “천체의 움직임은 센티미터 단위까지 측정할 수 있는데 주식 시장에서 인간들의 광기는 도저히 예상할 수가 없다”고 했다. 부동산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서울 강남에 3.3㎡당 1억원짜리 아파트가 등장했다. 일본의 부동산 버블(거품)이나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발생했던 것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거품은 꺼질 때가 비극적이다.

조재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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