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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20년 백지영 “시련이 노래를 짙게 해 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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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20년 백지영 “시련이 노래를 짙게 해 줬어요”

입력
2019.10.04 08:0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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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 관객도 작게 따라 불러” ‘총맞은 것처럼’으로 한국 넘어 ‘북한 울린’ 가수 

 산전수전 겪고 우뚝 선 오뚝이 “희망 없는 일 없다 믿어” 

 4일 앨범 ‘레미니슨스’ 발매… “따뜻했던 옛날 떠올렸으면” 

가수 백지영은 딸이 옹알이로 한창 엄마를 찾을 때 동요 ‘섬집아기’를 불러줬다고 한다. 백지영은 “그 노래만 들으면 딸이 운다”며 웃었다. 트라이어스 제공
가수 백지영은 딸이 옹알이로 한창 엄마를 찾을 때 동요 ‘섬집아기’를 불러줬다고 한다. 백지영은 “그 노래만 들으면 딸이 운다”며 웃었다. 트라이어스 제공

“언니! 노래 너무 좋아했어요.”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타와 팬의 만남이 아니다. 지난해 4월 북한 통일전선부 초대소인 미산각.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은 가수 백지영(43)이 앉아 있던 테이블로 가 먼저 아는 척하며 호감을 표했다고 한다. 우리 예술단이 북한에서 ‘남북 평화협력 기원 남측 예술단 평양 공연-봄이 온다’(봄이 온다)를 끝낸 뒤 북측이 준비한 만찬에서다.

가수 백지영(맨 오른쪽)이 지난해 북한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남북 평화협력 기원 남측 예술단 평양 공연-봄이 온다' 리허설 무대에서 북한 삼지연관현악단 김옥주(맨 왼쪽) 등과 노래하고 있다. 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가수 백지영(맨 오른쪽)이 지난해 북한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남북 평화협력 기원 남측 예술단 평양 공연-봄이 온다' 리허설 무대에서 북한 삼지연관현악단 김옥주(맨 왼쪽) 등과 노래하고 있다. 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 “언니! 노래 너무 좋아” 현송월의 환대 

“(현 단장이) 저보다 한 살 동생이에요. 대장부 같더라고요. 덕분에 스스럼없이 즐겼죠.” 지난달 25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백지영은 “아이가 돌도 지나지 않은 상황이라 처음엔 북한 공연에 부담이 컸다”며 “하지만 막상 가보니 실향민이 아닌데도 코끝이 찡하더라”라고 생애 첫 방북 공연 뒷얘기를 들려줬다.

백지영은 ‘봄이 온다’에서 그의 히트곡인 ‘잊지 말아요’와 ‘총 맞은 것처럼’을 불렀다. 그는 “‘총 맞은 것처럼’을 북한 관객들이 작은 목소리로 따라 불러 놀랐다”며 신기해했다. 도종환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따르면 ‘봄이 온다’를 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백지영이 한국에서 어느 정도의 가수냐 물으며 관심을 보였다. 백지영은 “김 국무위원장을 만났는데 신문에서 봤던 모습과 똑같더라”며 “우리가 돌아갈 때 감시원 같았던 북측 한 수행원이 안경 너머로 눈물을 훔쳐 기억에 남는다”라고 말했다.

가수 백지영은 "짱짱하게 (가수 생활) 20년을 이어온 것도 아니고 고비도 많았다"라며 "내게 필요한 시간이었고, 앞으로도 살아남기 위해 일희일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뮤직웍스 제공
가수 백지영은 "짱짱하게 (가수 생활) 20년을 이어온 것도 아니고 고비도 많았다"라며 "내게 필요한 시간이었고, 앞으로도 살아남기 위해 일희일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뮤직웍스 제공

 ◇평범이 운명이 되는 ‘백지영표 발라드’ 

백지영은 올해 데뷔 20주년이다. 이를 기념해 4일 앨범 ‘레미니슨스(Reminiscence)’를 낸다. 2016년 발매한 ‘그대의 마음’ 이후 3년 만의 신작 발표다. 앨범의 영어 제목은 회상을 의미한다. 백지영은 11월 23일 수원을 시작으로 대구, 부산, 서울 등 내년 3월까지 전국을 돌며 데뷔 20년 기념 공연도 하려 한다.

미리 들어 본 백지영의 새 앨범 타이틀곡 ‘우리가’는 처음 듣는 노래인데 이미 아는 노래 같았다. 곡을 여는 단출한 통기타 소리, ‘손이 시리던 그 밤도 두 입김만으로 참 마냥 따스했던’ 같은 소박한 노랫말도 운명 같은 울림을 준다. 특유의 애달픈 목소리, 백지영이라 가능한 마법이다. “사랑해서 좋았던 기억을 추억하며 이별하는 노래예요. 제 노래로 따뜻했던 옛날을 떠올렸으면 좋겠어요.” 또 다른 수록곡 ‘별거 아닌 가사’는 ‘백지영표 발라드’의 진가를 보여준다. ‘하늘까지 닿았네’에서 들려준 백지영의 재즈 도전은 새롭다.

이렇게 혹독할 수 있을까. 1999년 1집 ‘소로우’로 데뷔한 백지영의 음악 여정은 지독한 가시밭길이었다. 2000년 백지영의 사생활은 무참히 짓밟혔다. 여성에 폭력적이었던 시대가 그를 향한 ‘집단 린치’의 주범이었다.

상처에 굳은살이 배길 무렵, 예상치 못한 곳에서 시련은 닥쳤다. 백지영의 남편이자 배우인 정석원이 필로폰을 투약해 지난해 경찰 조사를 받고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백지영의 삶은 또 휘청거렸다. “이겨 낼 것이냐 포기할 것이냐, 제게 닥친 여러 일에 선택할 수 있는 건 없었어요. 이겨 내야 하는 문제들이었으니까요. 의도치 않게 20년의 세월에서 어떤 일에도 희망이 없는 일은 없다는 걸 배웠어요.” 백지영은 지옥 같은 시간을 온몸으로 버텼다. 고통을 몸에 새긴 그의 노래는 누군가의 귀가 아닌 마음에 담긴다. “아직 다 살지도 않았고 너무나도 모자란 사람이지만 제가 겪은 시련이 노래를 짙게 하고 가수로서 깊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생각해요.”

백지영이 댄스곡으로 활동했던 시절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백지영이 댄스곡으로 활동했던 시절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 “방시혁과의 추억” ‘탑골 청하’의 바람 

‘그 여자’ ‘사랑 안 해’ ‘잊지 말아요’…. 숱한 히트곡을 낸 백지영의 음악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동료는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다. 백지영은 ‘총 맞은 것처럼’을 작곡한 방 대표와 2010년대 초ㆍ중반 한 번 더 합작하려 했으나 포기했다. 백지영은 “(방)시혁 오빠와 곡 얘기를 했는데 ‘지영아, 내가 지금 온통 방탄소년단 생각밖에 없어 도저히 발라드는 못 쓰겠어. 댄스곡이 필요하다면 써볼게’라고 하더라”며 “시혁 오빠가 어려웠을 때인데 방탄소년단에 집중하는 그 열정이 멋있었다”라고 말했다.

대중음악계를 대표하는 발라드 가수의 시작은 댄스 음악이었다. 백지영은 라틴풍의 댄스곡 ‘선택’으로 데뷔했다. ‘대시’ ‘새드 살사’ ‘내 귀에 캔디’ 등 사랑받은 댄스곡도 여럿이다. 여성 솔로 댄스 가수가 드문 K팝 시장에서 백지영은 여전히 ‘댄스 가수’를 꿈꾼다.

“댄스곡 부르고 싶어요. ‘온라인 탑골 공원(1990년대 음악 방송 재생하는 유튜브채널)’에서 제가 ‘탑골 청하’라 불리더라고요. 뿌듯하던데요?”(웃음)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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