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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부자 농어민에 ‘연금 보험료 지원’ 중단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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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부자 농어민에 ‘연금 보험료 지원’ 중단 검토

입력
2019.10.04 04:4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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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대 농업소득 있어도 지원… 정부, 소득기준 마련 나서

“자영업자 등 도시 빈곤층 지원 늘려야” 지적도

정부가 고소득 농ㆍ어업인에 대한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현재 농ㆍ어업인 40만명 정도가 정부로부터 보험료 일부를 지원받는데 구체적인 소득기준이 없어 억대 농업소득을 기록하는 부농(富農)도 보험료를 지원받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자영업자ㆍ저임금 근로자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자 정부가 소득기준 마련에 나선 것이다.

박능후(왼쪽) 보건복지부 장관이 2일 오후 국회에서 계속된 보건복지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능후(왼쪽) 보건복지부 장관이 2일 오후 국회에서 계속된 보건복지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농어업인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사업은 1995년 시작됐다.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UR) 타결로 국내 농어촌 시장이 개방되자 농어촌에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차원에서 지역가입자 또는 지역임의계속가입자인 농어업인에 대해 정부가 보험료 일부를 대신 납부해온 것이다. 월 소득이 지원기준소득금액을 밑돌면 매달 보험료의 50%, 초과하면 정액(올해 4만3,650원)을 지원한다. 지원기준소득금액은 매년 오르는데 올해는 97만원이다. 재원은 국민연금기금이 아닌 조세(농어촌 구조개선 특별회계)로, 올해 2,020억원을 지원한다. 지난해 38만명이 지원받았다.

국민연금법 시행령에 따르면 보험료 지원대상은 농어업인으로, 웬만한 농어업인은 모두 해당될 정도로 기준이 관대하다. 농어업인으로 인정받지 않는 경우는 농어업 소득보다 근로소득 등 그 외 소득이 많은 사람 등 극히 이례적이다. 게다가 연간 10억원 이하 농업소득은 비과세 소득이라 국세청이 파악하지 않고있어, 농민 스스로 농업소득을 국민연금공단에 신고하고 있다. 얼마든지 농업소득이 기타 소득보다 많다고 신고할 수 있다.

반면 다른 보험료 지원사업에는 금액으로 명시된 구체적 재산과 소득요건 기준이 있다. 10인 미만 사업장의 저임금 근로자의 보험료(국민연금ㆍ고용보험)를 정부가 지원하는 두루누리 사업의 경우 재산(6억원 미만)과 근로소득(연간 2,772만원 미만) 종합소득(연간 2,520만원 미만) 기준이 모두 있다. 실업자의 보험료 일부를 대신 내주는 실업크레딧 역시 재산(6억원 이하)과 종합소득(연간 1,680만원 이하) 기준이 있다. 여기에 농어업인 보험료 지원은 혜택 기간도 제한이 없다.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사업_신동준 기자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사업_신동준 기자

3일 국회 보건복지위 김광수 민주평화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기 이천시에 거주하는 A씨(61)는 농어업인 연금보험료 지원을 1995년 7월부터 올해 7월 현재까지 총 289개월 동안 640만원을 지원 받았다. 두루누리(생애 최대 3년)나 실업크레딧(생애 최대 1년)에 비하면 지원기간이 평생에 가까운 셈이다. 또 이천시의 농업인 B씨와 전남 함평군의 어업인 C씨 역시 각각 연간 사업소득이 7,700만원, 1억원에 달하는 고소득자이지만 두 사람 모두 23년 9개월간 보험료를 지원받았다. 이들은 재산도 각각 14억원에 달한다.

정부 내에는 저소득, 고령층이 많은 농어업인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고소득 농어업인에 대한 보험료 지원은 중단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 당장 농어업인 지원을 줄인다고 그 재원이 바로 도시 저임금 근로자 지원에 쓰이는 것은 아니지만 국가차원의 자원배분을 고려하면 불필요한 지출은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농어업인 보험료지원사업은 올해로 일몰을 맞기 때문에, 이를 연장하기 위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는데 정부는 이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소득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농어업인 지원을 줄일 것이 아니라 자영업자 등 도시 빈곤층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운영위원장은 “직장근로자는 사측이 보험료의 절반을 부담하지만 농어업인은 전액을 스스로 부담하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도시 빈곤층에 대한 지원을 농어업인만큼 늘리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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