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다섯 번째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
“이러다간 다 죽어야 끝이 나는 건 아닌지, 농가들 모두 불안에 떨고 있어요.”
경기 파주에서 5번째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진 사례가 나온 3일 이윤상(72) 한돈협회 파주시 회장은 축산 농가들의 긴장된 분위기를 이 같이 전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의심신고가 접수된 파주 문산읍과 김포 통진읍의 돼지 농가에 대한 정밀조사 결과 ‘양성’ 판정이 나왔다고 밝혔다. 방역당국은 오후부터 이들 농장에 대한 살처분에 들어간다.
이로써 지난달 17일 파주에서 처음 발병된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 사례는 총 13건으로 늘어났다. 특히 파주에서는 전날 파평면ㆍ적성면 농장에서 연달아 확진 사례가 나온 데 이어 이날 문산읍 농장까지 양성으로 판정이 되면서 5건이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양돈농가들은 침통함에 빠졌다. 밤낮 없이 차단 방역에 매달리며 ASF확산방지에 총력을 쏟았는데, 연이어 방역망이 뚫리자 위기감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파평면에서 돼지 2,200마리를 키우는 이모(47)씨는 “당초 예상과 달리 전염 속도가 굉장히 빨라 소독 가지고는 역부족”이라며 “하루가 멀다 하고 ASF가 터져 언제 우리 농장으로 번질지 몰라 초조하고 불안하다”고 말했다.
돼지열병 확산에 따라 방역당국을 향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이윤상 회장은 “발생 보름이 넘었는데, 발병 원인이나 병을 옮기는 매개체에 대해 전혀 파악을 못해 대비는커녕 농가들을 더욱 답답해하고 있다”며 “외부와의 차단을 위한 방역초소에도 너무 많은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해 오히려 확산을 키우지 않을까 불안스럽다”고 꼬집었다. 이어 “살처분 때도 정확한 매뉴얼이 없다 보니 외국인 인력들이 현장에서 우왕좌왕하는 등 일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파주에선 발생 16일째인 이날 기준으로 전체 돼지 중에 반 이상 죽어 나갔다. 시에 따르면 이번 ASF 발병으로 파주 지역 91개 농장에서 키우는 돼지 11만317마리 중 54.2%인 5만9,843마리(33개 농가)가 살처분 됐거나 진행 중에 있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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