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길, 스웨덴行 탑승객 명단에… 北, 협상 앞 미국 담당 국장 교체

북미 비핵화 협상 실무진이 4일쯤 스웨덴에서 접촉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 측이 공언한 회동일 이틀 전까지 양측 모두 실무협상 장소에 대해 함구하고 있는 터라 변경 가능성도 없지 않다.
외교 소식통은 2일 “이번 실무협상 추진 과정에서 미국이 북한에 시기와 장소를 제안했고 북한이 이를 수용한 것으로 안다”며 “우리 외교 당국도 미국 공유로 제안 내용을 알고 있지만 미국이 공개를 원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시기는 4일부터일 공산이 크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1일 담화를 통해 공개한 대로다. 최 부상은 “조미(북미) 쌍방은 10월 4일 예비 접촉에 이어 10월 5일 실무협상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고 얼마 뒤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이 “미국과 북한 당국자들이 1주일 이내에 만날 계획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 부인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장소는 확실하지 않다. 이례적으로 양측 다 장소를 뺀 채 일정만 거론했기 때문이다. 다만 정황상 스웨덴 스톡홀름이 유력하다. 중국 베이징(北京) 공항 관계자 등에 따르면 북측 실무협상 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 이름이 3일 오후 1시 50분 베이징발 스톡홀름행 중국국제항공 CA911편 탑승객 명단에 포함돼 있다. 평양발 고려항공 JS251편이 같은 날 오전 11시 30분 베이징에 도착하는데, 김 대사는 이 비행기를 타고 경유지인 베이징에 들를 것으로 보인다.
스톡홀름이 낙점된 건 어느 한쪽에 더 유리하지도 불리하지도 않아서다. 시차가 비슷한 유럽인 데다 북한 대사관이 있는 12개국 중 하나다. 올 1월 당시 남북미 북핵 협상 수석대표 간 ‘합숙 담판’이 이곳에서 벌어진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제1, 2차 북미 정상회담 실무협상이 열렸던 판문점이나 평양으로 막판에 장소가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입장에서 본국과 연락이 어렵다는 게 단점이지만 북측에 비해 상대적으로 실무진 재량이 큰 만큼 감수할 수 있는 데다 북측의 의사 결정이 빨라지면서 협상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한편 북한이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을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의 실무협상을 앞두고 대미 협상 라인을 재정비한 것으로 보인다. 주북 러시아대사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알렉산드로 마체고라 대사와 안톤 클로프코프 에너지ㆍ안보센터장이 2일 조철수 북한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 겸 미국연구소장을 만났다”고 소개했다. 조 국장 신상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많지 않다. 다만 2017년 11월 외무성 미국연구소 공보실장 명의로 담화를 발표한 바 있다. 같은 해 미국 언론은 ‘제네바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 고위 외교관’으로 그를 소개하기도 했다. 올해 2월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후 3월 평양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선희 당시 외무성 부상 옆에 배석한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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