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공상’ 판정 뒤집어… 보훈처장 “최초 심의 경직돼… 위로의 말씀”
2015년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로 두 다리를 잃은 하재헌 예비역 중사가 2일 마침내 ‘전상(戰傷)’ 군경 판정을 받았다. 앞서 하 중사에 대한 국가보훈처의 ‘공상(公傷)’ 판정을 두고 논란이 일고 문재인 대통령까지 재검토 지시를 내리자 보훈처가 판정을 번복한 것이다.
박삼득 보훈처장은 이날 서울 용산구 서울지방보훈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하 중사는) 오늘 실시한 보훈심사위원회 재심의 결과 전상 군경으로 의결됐다”고 밝혔다. 전상은 적과의 교전이나 이에 준하는 작전 수행 중 입은 상해를, 공상은 교육ㆍ훈련 등의 상황에서 입은 상해를 뜻한다. 군에서는 전투 중 부상을 입었다는 의미의 전상을 공상보다 명예롭게 여긴다. 박 처장은 “이번 재심의에서는 최초 심의 때 법령조문을 문자 그대로 경직되게 해석했던 부분에 대해 폭넓은 법률 자문을 받아 그 의견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하 중사는 2015년 8월 4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수색 작전 중 북한이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와 몰래 매설한 목함지뢰가 터지면서 두 다리를 잃었다. 이 지뢰는 북한이 우리 군 수색대를 겨냥해 매설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육군은 하 중사가 올해 1월 전역할 당시 전상 판정을 내렸다. 그런데 지난달 7일 보훈심사위는 공상 판정을 내리며 군의 결정을 뒤집어 버렸다. 국가유공자법 시행령에 하 중사의 부상을 전상으로 인정해줄 수 있는 명확한 조항이 없다는 이유였다. 하 중사는 즉각 이의 신청을 했고, 문 대통령도 “관련 법조문을 탄력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없는지 살펴보는 것이 좋겠다”며 재검토를 지시했다.
박 처장은 “보훈처는 이번 하 중사 심의를 계기로 관련 시행령 개정은 물론 보훈심사위원을 확대, 국가보훈체계를 정비해 나가겠다”며 “이번 보훈심사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은 하 중사와 가족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1일 국군의 날 기념행사에서 하 중사를 초청하고, 기념행사가 끝난 뒤 하 중사를 껴안으며 격려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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