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영화제 전야제ㆍ지역축제 취소… 비 뿌리고 3일 동해로 빠져나갈 듯
올해 7번째 한반도에 닥친 18호 태풍 ‘미탁’이 또다시 제주와 남부지방을 강타했다. 강풍과 폭우로 주택과 학교 등이 파손되고, 도로ㆍ농경지 등이 침수되는 등 크고 작은 피해가 속출했다. 개천절 연휴를 맞아 준비중이던 지역축제와 부산국제영화제 전야제 등이 취소되는 등 행사가 차질을 빚기도 했다.
2일 제주도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새벽 4시30분쯤 서귀포시 성산읍 신풍리 한 주택이 강풍에 파손되는 과정에서 깨진 유리파편 등에 의해 3명이 경상을 입었다. 또 성산읍 지역 주택 5동이 파손됐고, 이재민 25명이 임시 주거시설로 대피했다. 제주시 구좌읍에서는 저온저장고 4동이 완전히 파손됐고, 구좌중앙초등학교 본관 지붕이 날아가 교실과 강당 등이 침수됐다.
침수 피해도 잇따랐다. 이날 오전 3시23분쯤 서귀포시 표선면의 한 도로에서는 차량이 침수돼 운전자가 고립됐다가 소방대원에게 구조됐다. 또 제주시 애월읍, 구좌읍 등 도내 곳곳에서 주택, 상가, 도로가 침수됐으며 곳곳에서 나무가 뽑혀 넘어지거나 신호등이 파손됐다. 농경지도 물에 잠겨 농작물 피해도 예상된다.
제주를 오가는 하늘길과 바닷길도 전면 통제되면서 이용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한국공항공사 제주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현재 제주기점 항공편 329편(국내 287편, 국제 42편)이 태풍으로 무더기 결항됐다. 이날 제주를 오가는 8개 항로 14척의 여객선도 모두 운항이 통제됐다.
상수도 공급이 끊기고, 정전 피해도 잇따랐다. 이날 오전 8시쯤 제주시 해안동 무수천 인근 송수관이 하천이 범람하면서 쓸려내려 온 돌로 추정되는 물체에 파손돼 제주시 연동, 노형동 등 일부 지역에서 수압이 떨어지거나 수돗물 공급이 중단됐다. 도는 해당 지역 2만여 가구에 대한 상수도 공급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했다. 제주시 구좌읍 일대에서는 949가구에 정전이 발생했지만, 복구가 완료됐다.
태풍의 진행 방향에 위치한 전남지역도 곳곳에서 침수 피해와 빗길 사고가 이어졌다. 전남도소방안전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50분쯤 나주시 다시면 한 주택이 폭우로 침수되는 등 목포와 고흥ㆍ완도 등에서 주택과 도로 배수구가 막히거나 넘쳐 침수됐다는 신고가 잇따랐다. 또 목포시 석현동 임성천이 범람해 인근 가옥들이 침수됐고, 돌풍으로 간판과 창문이 떨어져 나가 안전조치 신고도 이어졌다. 보성군 회천면에서는 야산에서 토사가 도로로 흘러내려 교통이 통제됐다.
빗길 교통사고도 속출했다. 이날 오전 7시55분쯤 해남군 문내면 인근 도로에서도 빗길에 미끄러진 승용차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운전자가 경상을 입고 병원 치료를 받는 등 도내 곳곳에서 크고 작은 빗길 교통사고가 속출했다.
태풍 영향으로 축제나 행사도 취소ㆍ연기됐다. 부산 중구는 이날 오후 6시 부산 중구 비프(BIFF) 광장에서 예정된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전야제’ 행사를 취소했다. 다만 3일 오후 6시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에서 열리는 개막식은 예정대로 진행될 예정이다. 또 이날 오후 7시부터 광주시 5ㆍ18 민주광장에서 펼치려던 충장축제 개막식은 3일로 연기됐고, 축하 공연은 취소되는 등 태풍의 길목에 위치한 지역에서 예정된 각종 축제와 행사들이 차질을 빚었다.
또 제주와 전남ㆍ광주 지역 학교들을 일부 휴업하거나 하교시간을 앞당겼고, 방과후학교 수업과 야간 자율학습을 금지하는 등 학사일정을 조정했다.
행정안전부는 태풍 '미탁' 접근에 따라 이날 오전 관계부처와 지방자치단체 합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개최, 이날 9시부로 중대본 비상 1단계를 2단계로 격상했다. 또 풍수해 위기경보도 ‘주의’에서 ‘경계’로 상향 조정했다.
진영 행안부 장관은 “올해는 60년 만에 7개의 태풍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쳤다”며 “특히 9월 이후 3개의 태풍이 발생한 만큼 잦은 호우에 따른 지반 약화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피해에 철저히 대비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태풍은 한반도 접근 당시 타파보다 강도도 약하고 규모도 작았지만 내륙을 관통하면서 적잖은 피해를 남겼다. 2일 기상청에 따르면 미탁은 이날 밤 전남 해안에 상륙해 남부 지방을 거친 뒤 3일 오전 동해로 빠져나갈 전망이다. 육지와 마찰로 세력이 급격히 약해지며 온대저기압으로 변질하겠지만 강원 영동에는 많은 비를 뿌릴 수도 있어 피해를 입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예년과 달리 10월에도 북태평양 고기압이 남하하지 않고 일본과 우리나라, 대만에 걸쳐 있었던 탓에 미탁은 일본 쪽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우리나라 남부로 상륙했다. 올해 유독 한반도에 태풍이 자주 영향을 주는 것도 북태평양 고기압이 수축하지 않고 있어서다. 기상청이 태풍을 관측한 1951년 이래 한 해 7개의 태풍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건 1959년 이후 60년 만으로 역대 최다 기록이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단기간 내에 수축하지 않는다면 또 다시 태풍이 한반도를 향할 수 있다. 평년(1981-2010년) 10월 태풍 발생 개수가 평균 3.6개인 만큼 태풍이 다시 발생해 우리나라로 향할 가능성도 있다. 윤기한 기상청 통보관은 “태풍 발생 통계와 한반도 주위의 기압배치를 볼 때 현재로선 10월 중 태풍이 다시 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목포=박경우 기자 gwpark@hankookilbo.com
제주=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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