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에서 지방의원 출신 첫 지역구 국회의원이 탄생할 수 있을까.
제 21대 총선을 앞두고 충북 정치권에 던져진 또 하나의 화두이다. 그 동안 충북 지방의원들에게 중앙 정치무대는 뛰어넘기 힘든 장벽이었다. 1991년 지방자치제 부활 이후 충북에서는 지방의원 출신 지역구 국회의원을 단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다른 시도에선 지방의원이 국회에 진출해 다선의 중견 정치인으로 성장한 사례가 적지 않지만, 유독 충북에서는 그런 경우가 전무했다.
하지만 내년 총선에서는 기다리던 지방의원 출신 지역구 국회의원이 배출될 것이란 예측이 지역정치권에서 흘러 나온다. 이런 기대감은 총선이 다가올수록 확산되고 있다. 출마가 거론되는 인사들이 하나같이 중량감이 있는데다 탄탄한 지역 기반을 갖췄기 때문이다.
지역 정가에 따르면 내년 총선에서 여의도 입성에 도전하는 전ㆍ현직 지방의원은 장선배(더불어민주당)충북도의회 의장, 김양희(자유한국당) 전 충북도의회 의장, 황영호(자유한국당) 전 청주시의회 의장, 이광희(더불어민주당) 전 충북도의원 등 4명이다.
청주 상당구 출마가 예상되는 장선배 의장은 유력한 우승 후보다. 그는 지난해 6ㆍ13지방선거에서 무투표로 3선에 당선됐을 정도로 확실한 지역기반을 지녔다. 도의회 전반기 의장을 맡은 후 그는 입지를 더 단단히 다져가고 있다. 획기적인 도의회 해외연수 개선안을 내놨고, 수도권 규제 완화ㆍ자치입법권 확대 등 지역 현안과 자치분권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등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다만, 당에서 정한 선출직 공직자의 중도 사퇴에 따른 경산 감점(25%)규정이 그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김양희 전 도의회 의장은 충북 여성정치사를 쓰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도의회 사상 첫 여성 의장을 역임했다. 현재 자유한국당 청주 흥덕구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그는 흥덕구 출마가 확실시된다. 도내에서 여성 지방의원 가운데 당협위원장을 거머쥔 것도 그가 처음이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유력한 청주시장 후보로 거론됐던 그는 출마를 고사한 뒤 총선 준비에 주력해왔다. 재선 도의원을 지낸 그는 여성 특유의 감성과 친화력으로 서민층을 파고들고 있다.
황영호 전 시의회 의장은 자신의 텃밭인 청원구에서 표밭 갈이에 한창이다. 이곳에서 3선 시의원을 지낸 그는 지역밀착형 생활 정치를 지향한다. 그는 “청원구에서 나고 자라 누구보다도 주민의 고민과 지역 현안을 잘 안다. 이제 지방자치의 경험을 축적한 사람들이 구태의연한 중앙정치의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뛰고 있다”고 말했다.
이광희 전 도의원은 청주 서원구 출마를 일찌감치 선언한 뒤 지역을 누비고 있다. 그는 지역 사정을 잘 아는 지방의원 출신 정치인이 세대 교체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방의회에서 이미 검증받은 이들이 중앙에 진출해야 정책으로 일하는 국회상을 정립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선 도의원을 지내며 마을공동체 기반을 다진 그는 서원구를 교육특구로 조성한다는 비전을 밝혔다.
이들의 도전에 대해 지역 정치권의 분위기는 상당히 우호적이다. 전문가들은 정치 개혁과 풀뿌리민주주의를 위해 지방의회에서 충분한 경험을 쌓은 지방의원들이 적극적으로 중앙으로 진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서원대 엄태석(정치학)교수는 “우리나라처럼 정치적 전문성을 함양할 기회가 적은 나라에서는 이미 검증을 받고 경험도 쌓은 지방의원이 중앙 무대로 많이 진출하면 한국정치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방의원의 중앙진출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공천룰 등을 통해 여성, 정치신인에게 주는 것처럼 지방의원 경력자에게도 가점을 주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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