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수마트라 열대림 이탄지
※ 인사할 때마다 상대를 축복(슬라맛)하는 나라 인도네시아. 2019년 3월 국내 일간지로는 처음 자카르타에 상주 특파원을 파견한 <한국일보>는 격주 목요일마다 다채로운 민족 종교 문화가 어우러진 인도네시아의 ‘비네카 퉁갈 이카(Bhinneka Tunggal Ikaㆍ다양성 속에서 하나됨을 추구)’를 선사합니다.
2015년 인도네시아 열대림 화재는 21세기 최악의 환경 재앙 중 하나로 꼽힌다. 서울시 42개 넓이(2만6,000㎢)의 열대림을 태우며 약 10억톤의 탄소를 배출했다. 연무로 인한 호흡기 질환자는 주변국 포함 50만명, 경제적 피해 규모는 18조원으로 추산됐다.
이듬해 인도네시아 정부는 대통령 직속 이탄지복원청을 설립했다. 같은 해 ‘이탄지 모라토리엄(허가 유예)’, 지난해 ‘팜오일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오랜 이탄지 개간 정책에서 방향을 틀어 무질서한 산림 방화를 막고, 이탄지 복원을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취지다. 미국, 일본, 호주, 노르웨이 등 다른 국가들의 지원도 받았다.
우리나라도 힘을 보탰다. 2016년 양국 정상이 ‘이탄지 복원 및 산불 방지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한국이 참여하는 이탄지 복원 사업의 물꼬를 텄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한인니산림센터 관계자들과 이상협 산림청 사무관 등의 현지 답사를 거쳐 내년 수마트라섬 잠비주(州) 론드랑(londerang) 지역에서 정식 사업에 돌입한다. 이탄지 전문가가 손에 꼽을 정도인 우리나라로선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이다.
“론드랑은 사업하기 어려운 곳이다. 이탄지를 복원해도 또 불이 날 텐데 나무를 심을 필요가 있을까 고민도 된다. 그러나 남의 나라 일이라고 모른 채 하면서 지구의 허파인 이탄지를 매년 잃어갈 수 없다. 모두가 어렵다고 하는 곳에서 반드시 성공하겠다”(이 사무관).
3년 넘게 준비한 만큼 구체적인 계획도 섰다. 이탄지를 둘러싼 수로에 목재 등으로 댐(canal blocking)을 만들어 수위를 조절하고, 젤루퉁 등 이탄지에 적합한 나무를 심어 복원하는 방식이다. 간단해 보이지만 체계적인 관리와 다년간의 연구 및 기술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지속 보존을 위해 지역 주민들의 의식 개선과 환경 교육에 초점을 맞춘다. 박성희 한인니산림센터 이탄지 전문가는 “우리나라 산림청의 앞선 산불 예방 비결과 이탄지 탐방 등 생태관광(에코투어)을 접목한 통합 화재감시 탑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마트라 잠비(인도네시아)=글ㆍ사진 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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