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들 ‘돌려막기’, 환경부는 ‘깜깜’
환경부가 지난 8월 전국 불법ㆍ방치페기물 120만톤 가운데 55만톤을 처리했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처리업체만 바꿔 가며 쌓여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안에 모든 불법ㆍ방치폐기물을 처리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으로, 환경부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실상 무리한 대책을 내놓았다고 털어놨다.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환경부 국정감사에서는 이 같은 불법방치폐기물 처리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은 경북 포항의 한 폐기물 위탁처리업체에 쌓여 있던 폐기물이 영천 폐기물 보관업체에 옮겨진 뒤 처리되지 않고 있다며 “쓰레기산이 장소만 옮겨 간 돌려막기”라고 질책했다. 신 의원은 “환경부는 위탁업체에 맡긴 것을 ‘처리’라고 해서 자료를 제출했다”며 “이런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 의원실에 따르면 영천에 있는 이 업체는 처리용량이 1,000톤이지만 현재 6,000톤이 쌓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이에 “지방자치단체가 관리ㆍ감독해서 보고해야 하는데 잘 파악이 안 된 것 같다”며 “시간이 걸리겠지만 관리ㆍ감독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답했다. 조 장관은 또 연초 전국 불법ㆍ방치폐기물 120만톤 전량을 올해 안에 처리하라던 문 대통령의 지시에 대해 “불법페기물은 처리가 가능하다고 봤지만 방치폐기물은 어렵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불법폐기물은 불법으로 투기된 폐기물을 말하고, 방치폐기물은 처리업체 등에 장기간 방치된 폐기물을 가리킨다.
환경부는 현재 불법ㆍ방치폐기물 처리를 맡고 있는 업체의 현황도 파악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 의원은 “환경부에 처리업체 명단을 파악해 달라고 요구했더니 (국정감사를 준비하며) 처음 했다고 했다”며 “폐기물을 처리하겠다고 받아간 업체에 문제가 없는지 폐기물 적체 현황은 어떤지도 살펴보고 실제로 최종 처리된 실적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환경부는 불법ㆍ방치폐기물이 다른 곳으로 옮겨져 다시 방치되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권병철 환경부 폐자원관리과장은 “해당 폐기물은 환경부가 처리용역을 맡긴 것이 아니며 포항의 불법투기 폐기물 발생 원인자가 위탁처리 한 폐기물 중 일부(86톤)가 영천시 소재 재활용업체에서 불법으로 방치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권 과장은 또 “포항시는 적법처리 여부 확인 과정 없이 처리 실적으로 집계해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며 “향후 지자체와 함께 불법폐기물 처리 위탁업체의 적법처리 여부 등을 점검하는 등 불법폐기물 처리과정에서 재방치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은 환경부에서 제출받은 ‘불법폐기물 처리 예산 집행 현황’ 자료를 근거로 “총예산 497억원 가운데 올해 8월 말 기준 집행액은 21억원에 불과하다”며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자체 공무원들의 애로사항 개선 등 예산 집행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송옥주 의원은 “전국 불법ㆍ방치폐기물 120톤을 처리하는 데 2,400억원이 들어가고 이를 세금으로 전량 처리한다”고 지적한 뒤 건설 폐기물 운반 차량 실시간 감시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문진국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정폐기물 처리와 관련해 폐기물의 발생 지역과 처리 지역이 다른 점을 문제 삼았다. 지정폐기물이 환경오염 원인이 되고 인체에 해로운 만큼 신중한 처리가 필요한데 지역 간 이동을 하면 위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문 의원은 “지정폐기물을 발생지역에서 처리하는 비율이 2015년 42.5%에서 올해는 5월까지 36.7%로 매년 하락하고 있다”며 “지역별로 보면 더욱 심각해 서울ㆍ강원과 광주ㆍ세종은 발생지 외 지역에서 처리하는 비율이 각각 100%와 98.8%로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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