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복마전 10년… 남은 10년은 하>
12분기 연속 낙제수준 평가에다 입학정원 감축위기를 불러온 경북대 1차BTL(민자)생활관(기숙사, 첨성관ㆍ명의관) 사태(2일자 20면 보도). 이용기간을 둘러싼 이견 등으로 대학과 사업자가 법정소송을 벌이고, 학생들의 피해가 지속되자 보다 못한 교수들까지 나서는 등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2006년에 실시협약을 맺고 2009년 2학기에 문을 연 뒤 지금까지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핵심 내용 ‘부속서류’ 형태로 반영
경북대 민자기숙사는 다른 주요 국공립대처럼 재원이 부족한 가운데 급증하는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시작했다. 유학생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기숙사가 절실했지만, 예산 부족이 발목을 잡았다. 정부 재정이 최선이었지만 민자유치가 당시로선 불가피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2006년 당시 경북대와 금오공대는 민간건설업체인 보선건설과 민자기숙사 건립 협약을 체결했다. 보선 측이 기숙사를 지은 뒤 소유권을 경북대에 넘기고 대신 20년간 사용권을 받아 운영한다는 게 골자다. 당시 경북대는 기숙사 자체가 부족한데다 기존 기숙사도 1980년대 초부터 지은 것이어서 시설 노후화에 따른 학생들의 불만이 높았다.
하지만 경북대 1차 민자기숙사는 2009년 개관과 동시에 식사의 질부터 관리수준까지 숱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근본 요인은 ‘일단 수주하고 보자’ 식의 건설사와 대학측의 안이한 태도가 빚은 합작품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경북대 등에 따르면 양측은 2006년 실시협약 후 2009년 개관을 앞두고 기숙사 운영과 관련한 세부사항을 담은 실무합의서를 작성했다. 실무자들끼리 주고받은 협상물이다.
문제는 실무자들끼리 한 합의서에 상위법이라 할 수 있는 ‘실시협약’의 근간을 흔들 내용이 담겼다는데 있다. 당연히 상위법인 실시협약 자체를 수정하거나 별도의 주석을 달아야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실시협약서 첨부서류로만 붙어 있다. 실무합의 내용도 대부분 경북대보다는 사업자 입장이 우선적으로 반영돼 있다. 꼬리가 몸통을 좌지우지한 셈이다.
시행사 주장대로라면 선정되지 못했을 것
대학 측은 2006년 최초 협약 당시 업체 측이 제시한 시설 사용료 등은 1년 12개월을 전제로 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복수의 사업참여 희망업체 중 보선건설의 조건이 가장 좋아 선정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업체 측은 기숙사 기본운영기간에 방학기간은 제외된다고 주장했고, ‘실무’자들은 이를 수용했다. 당시 대학 최고 의사결정권자들은 이 같은 내막을 속속들이 알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곧바로 사달이 났다. 이듬해 교육부 종합감사에서 지적돼 ‘입학정원 5% 감축’ 위기에 몰렸다. 이형철(물리학과 교수) 경북대 교수회장은 “보선이 당초 제시했던 연간 운영비가 12개월치가 아닌 8개월치였다면 다른 업체가 낙찰 받았을 것”이라며 “이런 터무니 없는 업체 주장을 대학이 어떻게 수용할 수 있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대학 측은 방학 기간에는 학생들로부터 관리비를 징수하지도 못하면서 운영비만 꼬박꼬박 업자 측에 지급하고 있다. 보선 측은 방학기간을 ‘부속사업’으로 규정해 관리비를 직접 수납하고 있다. 학교로부터 운영비도 받고 관리비도 따로 챙기는 셈이다. 방학기간 운영수익이 나면 대학 측과 50대 50으로 나눈다고 했지만, 지금까지 단 한번도 수익금을 배당한 적이 없다.
운영사 교체도 검토해야
이 같은 운영형태는 곧바로 교육부 감사에서 지적됐지만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지역 대학가 한 관계자는 “1차 민자기숙사를 시작한 노동일 총장 때는 문제의 심각성을 잘 몰랐던 것 같고, 이후 총장 때는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여겼거나 3차례나 계속된 직무대리 체제로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공직사회 특유의 복지부동이 빚은 참사라는 지적이다.
대학 측이 승소하면 부당이득금을 환수할 길이 열린다. 반면 기숙사 운영은 더욱 부실해질 수 있다.
반대일 경우 경북대는 졸속 협상의 책임을 면키 어렵게 된다. 그렇다고 부실운영이 개선될 가능성도 높지 않다. (생활)관생 자치회 관계자들은 “부실운영을 항의하면 운영사는 ‘학교가 성과평가에서 C등급을 받았다고 운영비를 삭감해 어쩔 수 없다’고 한다”고 밝혔다. 운영사 측은 원인과 결과를 반대로 해석하고 있는 셈이다. 운영사 교체 등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대목이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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