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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년 만에 여성팬의 축구경기장 입장 허용한 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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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년 만에 여성팬의 축구경기장 입장 허용한 이란

입력
2019.10.02 14:03
수정
2019.10.02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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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여성들이 지난해 11월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경기에서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당시 선수 가족, 취재진, 이란 여성 축구 대표팀 선수, 축구협회 직원 등 제한적이지만 처음으로 여성의 관람이 허용됐다. 테헤란=AP 연합뉴스
이란 여성들이 지난해 11월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경기에서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당시 선수 가족, 취재진, 이란 여성 축구 대표팀 선수, 축구협회 직원 등 제한적이지만 처음으로 여성의 관람이 허용됐다. 테헤란=AP 연합뉴스

여성의 축구경기장 입장을 일절 금지해 온 이란이 38년 만에 일반 여성들의 경기 관람을 허용할 전망이다.

이란 정부에서 여성 및 가족 문제를 담당하는 마수메 에브테카르 부통령은 2일 일본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여성은 어디든 갈 수 있어야 하며 스포츠도 예외가 아니다”라며 이달 10일 테헤란에서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경기에서 여성 관중들의 입장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에브테카르 부통령은 “여성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던 입장 금지 조치가 불행히 ‘제한’으로 받아들여졌다”며 “젊은 층을 중심으로 (입장 허용) 요구가 커졌다. 정부는 경기장 좌석과 출입구에서 남녀를 구분하고 여자 화장실을 마련하는 등 여성의 경기장 입장을 허용할 환경을 갖췄다”고 이같이 말했다. 이어 “일반 여성도 입장권을 구입하면 입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란은 지난해 6월 러시아 월드컵과 10, 11월 A매치 때는 제한된 인원과 제한된 좌석에서 여성들의 입장을 허용하기도 했지만, 이처럼 일반 여성들에게 축구장을 전면 개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란은 이슬람 혁명 직후인 1981년부터 여성이 경기장에서 남성 스포츠를 관람하는 것을 금지해 왔다. 국제축구연맹(FIFA)을 비롯한 시민 단체들은 이 같은 조치가 여성 차별 행위라며 비판해왔지만 이란 정부는 범죄를 막기 위한 조치라며 이들의 반대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경기에 흥분한 남성 관중이 여성에게 욕설, 성희롱과 성추행, 폭행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라는 이유였다.

하지만 지난달 10일 남장 차림으로 경기장에 몰래 들어가려다 경찰에 체포된 여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하며 상황이 급변했다. 이란 프로축구의 명문 ‘에스테그랄’의 열성팬으로 알려진 사히르 호다야리(30)는 검찰로부터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혐의로 기소됐는데, 재판을 앞두고 징역 6월의 실형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법원 앞에서 분신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이란 전역에서 추모 물결과 함께 여성의 자유로운 경기관람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란의 축구영웅 알리 카리미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호다야리의 죽음에 항의하기 위해 축구 경기장에 가지 말자”는 글을 올린 것을 시작으로, 이탈리아의 AS로마도 공식 트위터를 통해 “이란에 있는 모두가 축구 경기를 볼 수 있도록 해야 할 때다”라며 추모에 동참했다.

결국 FIFA가 나서 여성의 경기장 출입을 허용하지 않으면 이란의 월드컵 출전 자격을 박탈할 수 있다고 압박하자 당국이 손을 들었다. 이란축구협회가 10일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이란과 캄보디아의 월드컵 2차 예선 경기에서 여성의 관전을 허용한 가운데, 이날 에브테카르 부통령의 발언으로 38년 만에 여성의 축구경기 관람이 현실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슬람 교리에 엄격한 보수 강경파의 반대는 여전하다. 이들은 “경기장 내 분위기가 여성에 어울리지 않는다”거나 “반라의 축구 선수를 여자가 보는 건 죄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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