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 여수시 돌산읍 상포지구 특혜 의혹이 감사원 감사를 통해 상당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기반시설이 없어 토지등록조차 못해 20여년간 방치됐던 상포매립지의 준공 인가조건 이행과정에서 온갖 특혜와 부당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여수시 특혜로 주철현 전 시장 조카사위는 토지분양을 통해 195억원의 이익을 챙긴 것으로 감사결과 밝혀졌다. 감사원은 부당하게 업무를 처리한 관련공무원을 중징계 할 것을 권오봉 여수시장에게 통보했다.
감사원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감사결과를 1일 공개했다. 앞서 여수 상포지구는 1994년 삼부토건이 돌산읍 평사리 일대 바다를 매립한 뒤 전남도로부터 7개 도로와 우ㆍ오수시설 등 기반시설을 설치한 후 토지등록을 하는 조건부 준공인가를 받았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아 20년 넘게 방치돼오다 2015년 6월 주 전 시장 조카사위가 설립한 여수국제자유도시개발이 용지를 사들이면서 여수시가 특혜를 제공하고 업체가 수백억 원대의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감사 결과 여수시는 2015년 10월 여수국제자유도시개발이 상포매립지 준공 인가조건 이행을 위한 협의를 해왔지만 매립지 실시계획 변경인가 및 준공인가 등에 대한 감독 권한이 있는 전남도와 어떠한 사전 협의 없이 1개 도로(중로 1-21)만 설치하면 토지등록과 매매를 할 수 있도록 준공 인가조건을 임의로 변경한 사실이 확인됐다. 감사원은 여수시가 전남도로부터 준공인가 관련 업무를 위임 받은 법적 근거 없이 인가조건을 독단으로 변경해 업체에 특혜를 준 것으로 판단했다.
중로 1-21 준공절차도 허술하게 진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2016년 4월 여수국제자유도시개발 측이 관계부서 의견과 다른 공사 계획을 제출했는데도 설계가 적절한지 따지지도 않고 곳곳이 부실투성이로 시공됐지만 준공을 내준 사실을 확인했다. 업체가 변경된 인가조건마저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지만 매립지에 대한 토지등록을 완료하도록 했다. 해당 도로는 준공 이후에도 상습 침수로 인해 통행이 금지되고 있고 침수방지를 위해 다시 시공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가 하면 기반시설 설치 등에 대한 이행 담보 없이 토지분할을 허용해 업체에 막대한 수익을 안겨줬다. 여수시는 상포지구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해 지구단위계획 수립 등 조건 이행을 하도록 담보하지 않고 오히려 업체에서 토지분할을 요청하자 이를 허용한 뒤 토지거래가 완료되자 다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그 결과 주 전 시장 조카사위는 100억원에 토지 매입을 끝낸 뒤 295억원에 땅을 매각해 195억원의 수익을 챙겼다.
반면 투자자들은 기반시설이 설치되지 않아 재산상 큰 피해를 입고 있다. 기반시설 비용부담 주체도 불분명해 설치 여부가 불투명한 실정이다. 상포매립지는 애초 삼부토건 소유에서 여수국제자유도시개발을 거쳐 대구 등지의 기획부동산을 통해 1,000여명의 개인 투자자들이 매입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금액은 500억원에 달하고 기반시설 조성에는 100~140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된다. 감사결과 여수시의 부당 행정이 드러나면서 투자자들은 여수시와 주 전 시장, 관계공무원 등을 상대로 600억원대의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감사원은 여수시장에게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관계공무원을 비위 정도가 크다며 중징계를 요구하고 여수시에 대해서는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주의 요구를 내렸다. 앞서 업무관련자 중 사무관 1명은 2015년 12월 주 전 시장의 조카사위인 여수국제자유도시개발 대표에게 토지등록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승진을 청탁한 혐의(공무상비밀누설 및 뇌물요구)로 지난 5월 1심 재판에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고 7월 파면됐다.
주 전 시장은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해 “여수시가 전남도와 협의 없이 매립지 준공 인가조건을 변경해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했다고 지적하면서도 구체적인 법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해 논란이 예상된다”며 “관계 기관의 유권해석을 잘못 인용하거나 사실관계를 왜곡해 잘못된 결론을 도출하는 등 지적을 위한 짜맞추기식 감사로 비칠 수 있다”고 사실상 감사결과에 불복했다.
여수시는 전남도 인사위원회 결정을 거쳐 비위공무원을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부당한 행정 처리로 지역에 물의를 일으킨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관련 공무원은 신분상의 조치를 취하고 이해 관계자간 제기될 수 있는 민ㆍ형사 소송에 대비하고 상포지구가 택지로서 기능을 조속히 할 수 있도록 사업시행자와 이해관계인 등과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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