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국내 최대 규모의 사설 유기동물보호소이자 열악한 환경으로 악명 높았던 포천 '애린원’의 강제 집행 철거가 진행됐습니다. 1일, 법원은 애린원 내부 건물 철거를 오후 1시부터 시작했습니다. 애린원 2차 철거 집행 현장에 동행한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애린원 내부에 남아있는 동물들에 대한 추가 구조 작업과 함께 시설 철거 작업도 진행됐다고 합니다.
1차 철거 집행일에는 애린원 내부에서 방치되고 있던 유기동물들을 구조하는데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애린원 시설 철거는 이루어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동안 공개된 사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애린원 내부에는 제대로 된 보호 공간이나 견사가 마련되어 있지 않았는데요. 아비규환이나 다름없는 내부 환경 때문에 지난 1차 강제 철거 집행 당시 구조 활동에 큰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현재까지 애린원에서 구조된 유기동물은 총 1,121마리로 집계되었습니다.
한편, 애린원에서 구조된 동물들은 건너편 공터에서 임시 계류 중인데요. 워낙 대규모의 구조 활동이었기 때문에 구조 동물의 개체 분리와 상태 파악을 위해 개들을 이동식 켄넬에 넣어 보호 중이었습니다. 하지만 더운 날씨 탓에 현장에서는 개들이 좁은 켄넬 안에서 지내는 것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번 애린원 철거를 주도한 동물보호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에 따르면 현재 개들이 지내고 있는 공터에 임시 견사를 짓는 공사가 진행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유영재 비글구조네트워크 대표는 SNS를 통해 '다른 동물보호단체의 악성 민원으로 인해 임시 견사 공사가 취소되었다'라고 밝혔는데요.
결국 해당 공터에는 개들이 조금 더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임시 견사 대신 육각 형태의 철제 케이지가 설치된 것으로 알려졌어요. 하지만 현재까지 수급된 케이지로는 모든 개를 이동시키기 부족한 상황이라 아직 켄넬 안에서 지내고 있는 개들도 많은 상황입니다.
1일 철거 현장에 동행한 동물자유연대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시설이 철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애린원 부지 안에 여전히 남아 있는 개들이 있다고 하는데요. 그동안 야생에서의 삶과 다름없이 살아왔던 개들이 사람만 보면 도망가는 경우가 많아 구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애린원과 맞닿아 있는 뒷산으로 도망친 개들도 많아서 앞으로 구조해야 할 개들이 최대 150마리 이상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거긴 보호소가 아니라 개 지옥이에요."
누군가는 애린원을 '개 지옥'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국내 사설 유기동물보호소의 어두운 그림자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던 포천 애린원. 보호소 부지를 둘러싼 토지 분쟁과 보호소 운영, 보호 중인 유기동물 관리 부실에 대한 숱한 논란과 무성한 소문을 뒤로 한 채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애린원 철거 후에도 여전히 많은 일이 남아있습니다. 또 다른 시작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약 3년 전부터 애린원의 실태를 폭로하고 철거를 위해 힘써왔던 유영재 비글구조네트워크 대표는 "구조한 동물들은 개체 분리 및 파악, 의료상의 조치를 끝낸 후에 동물보호단체에서 임시 보호나 입양을 추진할 것"이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는데요. 유기동물의 지옥이라고 불리던 애린원에서 드디어 세상 밖으로 나온 모든 생명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가 찾아오기를 바랍니다.
김보아 동그람이 에디터 boakim363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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