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통산 119호 골 작렬, 팀은 뮌헨에 2-7 완패… ‘10경기 18실점’ 수비 붕괴
‘손세이셔널’ 손흥민(27)과 소속팀 토트넘이 연일 엇박자를 내고 있다. 손흥민은 올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첫 골을 신고하며 에이스다운 활약으로 비상하고 있지만, 토트넘은 개막 후 10경기 18실점의 ‘자동문 수비’로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손흥민은 2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2020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B조 2차전 바이에른 뮌헨과의 경기에서 전반 12분 선제골을 터트렸다. 리그 포함 시즌 3번째 골(3도움)이자, 이번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첫 골이다. 당대 최고의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33)가 버티는 ‘거함’ 뮌헨을 상대로 한 첫 득점이라 의미는 더 컸다. 유럽 무대 진출 이후 통산 119호골을 터트린 손흥민은 차범근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보유한 한국인 유럽 최다 골 기록(121골)에 2골 차로 다가섰다.
하지만 팀의 패배로 손흥민은 마냥 웃을 수 없었다. 토트넘은 손흥민의 선제골 이후 무려 7골을 내주며 2-7로 완패했다. 손흥민의 활약이 빛이 바랠 수밖에 없었다.
이날도 손흥민은 토트넘 공격의 핵심이었다. 해리 케인(26)과 함께 투톱으로 선발 출전한 손흥민은 경기 초반부터 뮌헨의 골문을 위협했다. 전반 6분 상대 오프사이드 트랙을 허문 뒤 세르지 오리에(27)의 패스를 받아 골키퍼와 1대1 찬스에서 왼발 슈팅을 날렸지만 노이어의 선방에 막혔다.
하지만 전반 12분 손흥민의 날카로운 창이 뮌헨의 방패를 기어코 뚫었다. 우측면으로 침투한 손흥민은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탕귀 은돔벨레의 패스를 받아 간결한 터치 후 반대편 구석을 향한 정확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 망을 흔들었다. 공이 노이어 골키퍼의 손끝에 닿았으나 슈팅이 너무나 강력했다. 손흥민은 3분 뒤 왼쪽 측면에서 현란한 드리블로 상대 수비 2명을 제친 뒤 페널티박스 외곽에서의 중거리 슈팅으로 뮌헨 팬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하지만 이후부터는 뮌헨의 시간이었다. 전반 15분 조슈아 키미히(24)의 동점골에 이어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31)의 역전골이 터졌고, 이후 토트넘의 라이벌팀 아스널 출신 세르주 나브리(24)가 혼자 4골을 쏟아 부으며 토트넘은 그대로 무너졌다. 후반 16분 케인이 페널티킥 만회골을 넣은 게 고작이었다.
영국 현지 반응은 참담하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토트넘의 수비는 잘 작동하지 않는다. 시스템과 전술이 잘못된 만큼 점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혹평했다. 실제로 토트넘은 개막 후 10경기에서 무려 18실점, 경기당 2실점에 가까운 참담한 수비를 보여주고 있다. 당연히 결과도 좋지 않다. 10경기에서 3승4무3패다. 리그에선 6위, 챔피언스리그에선 1무1패로 조 최하위다.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준우승팀이자 EPL 3위팀에는 어울리지 않는 성적이다. 특히 리그컵에서 4부리그 콜체스터 유나이티드에 당한 승부차기 충격패, 이날 뮌헨전 대패 등 볼썽사나운 모습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현재 토트넘은 경기 내용뿐 아니라 선수단 분위기 등의 문제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적설이 끊이질 않는 크리스티안 에릭센(27)과의 불협화음, 새롭게 합류한 은돔벨레의 부진, 측면 수비의 불안함까지. 게다가 마우리시노 포체티노 감독의 상대를 가리지 않는 공격적인 전술도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토트넘 출신의 크리스 와들(59)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토트넘은 난장판”이라며 “자신들이 왜 피치 위에 있는지 전혀 모른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을 빨리 정리해야 한다”고 고개를 저었다.
이날 경기는 정반대의 행보를 걷고 있는 손흥민과 토트넘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손흥민은 이날 축구통계전문매체 후스코어드로부터 평점 7.7점을 받았는데, 토트넘 선수들 가운데 가장 높은 평점이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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